다렌 : 뭐야!? 페레의
애송이가 왔다고?
에릭 : 예, 아버님.
지금 망을 보는 자로부터
보고가 있었습니다.
아직 언덕 너머에 있습니다만
수십 분 후에는 이 성에...
다렌 : 어떻게 된 거지?
에피델 공.
에피델 : ...어쩌면
그들이 성에 도착했을 때
산타루스 후작 헤르만 공이
아직 살아 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다렌 : 뭐, 뭐라고!?
에피델 :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겠지만
뭔가... 얘기했을 가능성은 있겠군요.
다렌 :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럼 이번 계획이
엉망이 되지 않나!!
에피델 : 아뇨, 그렇게
당황하실 것 없습니다.
그가... 엘리우드 공이
설령 무언가를 안다고 해도
지금 페레에는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요.
기껏해야 오스티아 후작에게
알리는 게 고작일 겁니다.
다렌 : 오스티아에!?
그게 어디가 고작이란 말인가!!
새 오스티아 후작 우제르 놈은
젊지만 상당한 수완가다.
헤르만 놈,
이제와서 소심해져서는
마무리만 지으면 되는 때에
배신할 줄이야...!!
반란의 준비가 완료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다!
에피델 : 그러니까, 오스티아 후작의
귀에 들어가기 전에...
처리해 두면 괜찮다는 뜻입니다.
다렌 : 과연...
그런 방법이 있었지!
놈이 오스티아에 연락하기 위해서는
여기 라우스를 통과해야만 하니까.
아직 입을 막을 방법은
있겠구나!
에피델 : 여기서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렌 : ...좋다, 그럼 바로
정예병을 내보내서...
에릭 : 아버님! 괜찮으시다면
제게 그 역할을 맡겨 주십시오.
다렌 : 에릭! 내 아들아,
할 수 있겠느냐?
에릭 : 엘리우드 놈과는
오스티아의 학문소에서부터 함께였습니다.
제가 혼자 있으면 사람 좋은
그 녀석이니 분명 방심하겠죠.
그걸 노려서 단숨에...
다렌 : 그렇군.
에피델 : 실례지만...
자식분에겐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만약 전멸시키지 못한다면
성가신 일이 될 겁니다.
다렌 : 아닐세,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에릭은 상당한 책사거든.
페레의 병아리를
비틀어 죽이는 것쯤은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
좋아!
네게 맡기마, 에릭!
멋지게 페레의 애송이를
물리쳐 봐라!!
에릭 : 예, 아버님.
맡겨 주십시오!
헥토르 : ...영내를 보아하니, 정말로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칫, 라우스 후작 놈,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엘리우드 : ......
헥토르 : ...성에
가고 싶지 않다는 얼굴인걸.
엘리우드 : 가서... 진실을 들으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몰라.
헥토르 : 바라는 바라고!
엘리우드 : 나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아.
싸우고 있는 우리들은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것만 생각하면 되지.
하지만 가족을 잃는 사람이나
살던 곳이 파괴된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을 생각하면...
전쟁 따윈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어.
헥토르 : 엘리우드...
마커스 : 엘리우드님!
라우스성에서 기병이
왔습니다!
엘리우드 : 수는?
마커스 : 한 명뿐입니다.
선봉대에 의하면
라우스 후작 공자 에릭 공이라고 하더군요.
엘리우드님과의
회견을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엘리우드 : 에릭이?
헥토르 : 짜증 나는 녀석이
나왔구만.
엘리우드 : ...만날게.
불러 줘.
헥토르 : 난 관두겠어.
옛날부터 그 녀석하곤 잘 안 맞았거든.
순찰이라도 하고 올게.
한나 : 히히히
자네들
큰일 난 모양이구먼.
헥토르 : 응? 뭐야, 할멈!
여긴 지금부터 전장이 될 거라고.
죽고 싶지 않다면 빨리 도망가.
한나 : ...부친을 찾아 여행하고 있다는
페레의 공자를 만나고 싶다만?
헥토르 : 할멈!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기웃거리지 말고 다른 데로 가기나 해.
엘리우드 : 헥토르!
부인께 무슨 말버릇이야.
...제가 엘리우드입니다.
실례지만, 당신은?
한나 : 호호호
마음씨 좋은 젊은이로구먼.
나는 한나,
여행 중인 점쟁이라네.
자네를 도와주려고
여기까지 왔지.
엘리우드 : 아버지의 행방을
점으로 알아낼 수 있으신가요?
한나 : 아니... 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르쳐 줄 수는 있지.
예를 들면 싸울 때
어떤 물건을 가져가면 유리할지
누구를 데려가면 좋을지
...같은 것들 말일세.
엘리우드 : 그렇군요...
헥토르 : 야, 믿게?
엘리우드 : ...한나씨의 점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
하지만, 난 아버님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보고 싶어.
에르크 : 그렇습니까...
역시
도와주시지 않는 거군요...
시민 : 그렇네... 미안하지만
방법이 없어.
이곳 라우스에서 후작님을 거스르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에르크 :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곳을 찾아보죠.
시민 : ...어디에 부탁해도
대답은 똑같을 걸세.
포기하고 후작님의
말씀대로 할 수밖에 없어.
자네의 고용주에게도
그리 전달하는 게 좋을...
에르크 : ...실례하지요.
시민 : ...프리실라씨.
호위하고 있던 그 녀석은 아직
안 돌아온 거야?
프리실라 : 네.
어제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으러 나간 채로 돌아오지 않아요...
라우스병에게 잡힌 게 아니라면
좋겠습니다만...
시민 :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니
역시 무리였던 거야.
너희들을 도망치게 해 준다는 건
라우스 후작에 대한 반역이니까.
이곳의 영민인
우리는 어쩔 도리가 없어.
미안하게도...
프리실라 : 아니요. 저를 후작에게
바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이곳에 머무르게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사실 제가... 성에 간다면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을 텐데.
시민 : 그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우린 모두
라우스 후작가 놈들을 좋아하지 않거든.
놈들은 무력으로 밀어붙여서
영민들을 노예처럼 부리니까.
이번 전쟁 준비만 해도...
우린 하고 싶지 않아.
영지의 경계가 있긴 하지만,
같은 리키아 백성이잖아.
언제 타국한테 공격받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왜 같은 나라 안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거냐고.
...놈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우리도 모르겠어.
에릭 : 큭, 생각보다
제법이잖아...
어이, 누가 성으로 좀 가!
있는 대로
원군을 데려오는 거다!!
병사 : 에릭님께서 고전하고 계십니다!
원군 요청이 왔습니다!!
다렌 : 뭐라고!?
빨리 원군을...
에피델 : ...설마 그 정도의 수도
제압하지 못하다니......
다렌 : 에피델 공?
어, 어디 가는 건가?
에피델 : ...모든 리키아 영지를 빼앗는 건
당신에게 힘든 일이었나 보군요.
제 주인님께 이 사태를 전한 뒤
우리 【검은 송곳니】도 이 일에서
빠지도록 하겠습니다.
다렌 : !!
이제 와서
우릴 버리겠다는 말인가!?
에피델 : 오스티아에 들키면
성가신 일이 될 거라고 말한 사람은
당신 아닙니까?
라우스 후작 다렌 공.
다렌 : 그, 그렇지.
나는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없어!!
부, 부탁이네! 한 번 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게나!!
반드시 네르갈 공께서
만족하실 만한 결과를 내 보일 테니!
에피델 : ...그럼 바로 성의 병사들을 모으고
다른 곳으로 가서 태세를 정비하죠.
다렌 : !?
서, 설마...
나한테... 아들과 성을...
버리라고 하는 건가?
에피델 : 당신 자식의 실패를 안고
같이 망하기라도 하자는 겁니까?
제 주인이신 네르갈님의 후원으로
얻게 될 리키아 통일의 왕좌...
그것과 교환할 정도로
중요한 자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다렌 : 그렇...군.
그 말대로다.
나에겐... 리키아 왕이 된다는
중요한 사명이 있었지.
에피델 : ...자식 한두 명쯤은
다시 만들면 됩니다.
한때의 감상에 현혹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요.
다렌 : ......
에릭 : 원군이... 안 오잖아?
어째서지....
에릭 : 어쩔 수 없군
내가 나가겠다!
에릭 : 너는 다시 한번
원군을 요청하러 가라... 서둘러!!
병사 : 예!
한나 : 으음... 날씨를 보아하니...
곧 비가 오겠구먼.
조심하게나.
한나 : 으음......
기다려 보게나, 곧
이 비가 그칠 걸세.
세라 : 어머, 에르크잖아!
오랜만이야~!!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어?
에르크 : ...너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세라 : 어? 무슨 소리야?
날 만나고 싶지 않았다니?
에르크 : ......
세라 : 아, 그래ー!
마침 잘됐다.
에르크, 너도
우릴 좀 도와줘!
에르크 : 뭐어!?
세라 : 지금 협력하면 특별히
헥토르님과 엘리우드님께
소개시켜 줄게.
어차피 언제나처럼
일을 찾느라 돌아다니고 있는 거잖아?
에르크 : 공교롭게도 지금은 고용주가 있거든.
...하지만
지금 라우스와 싸우고 있는
세력이라...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세라 : 뭐야.
정할 거면 확실히 해 줄래?
에르크 : 남쪽 마을에 숨어 있는
고용주를 지키고 싶어.
너희들이 협력해 준다면
나도 힘을 보탤게.
시민(아이) : 남쪽 바다를 근거지로 삼은 해적들이
이 주변의 마을을 노리고 있어.
라우스 후작님은 마을을 돌보지도 않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모두 습격당하고 말 거야.
누군가가 마을을 방문해서 위험하다는 걸
알려 준다면 좋을 텐데...
시민(아이) : 저기, 잠깐만!
라우스 후작이 여행자한테
집착한다는 얘기 들었어?
바닷가의 마을에 묵고 있는
아가씨가 상대인데.
말투나 몸짓이 엄청 품위 있어서
마치 공주님 같아!
라우스 후작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당연하지.
몇 번이나 하인을 시켜서
「성으로 와라」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그 애 쪽은 계속 거절하고 있나 봐.
...하지만 후작의 가신들이
마을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버티고 있으니까
절대로 도망갈 수 없을 거야.
불쌍하지...
시민 : 저기, 전쟁 상대가
오스티아라는 게 정말이야?
맞다고? 후작가 놈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리키아 최대의 영지인 오스티아를
라우스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장남인 에릭은
권력욕으로 가득 찬 얼간이.
후작 그 사람은
여색을 좋아할 뿐인 아저씨라고.
평판부터 이런데
맹장으로 유명한 오스티아 후작과
어떻게 겨룰 생각인 거지!?
...어이쿠, 내가 지금 한 얘기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시민 : 자네들, 에릭의 부대와
싸우고 있는 겐가?
그렇다면 나는
자네들의 편이라네.
내 손녀는 제법
용모가 출중한 탓에
라우스 후작의 눈에 들어
억지로 성에 끌려가 버렸거든...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이것을 가지고 가게나.
대검이라 몸이 큰 사람이 아니면
다루기 힘들겠지만,
꽤나 위력있는 물건이라네.
후작의 아들인 에릭을
자네들이 해치워 준다면
조금은 기분이 풀리겠지.
힘내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