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티아에서 나셴 장군을 몰아낸 후
또 다른 추격을 경계하는 로이 일행을
마치 비웃는 것처럼
베른의 리키아에 대한 간섭은
뚝 그치고 말았다
에트루리아의 해명 요청에도
계속 침묵을 지키는 베른 왕국
그 고요함은 불길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서 여러 세력을 당황시켰다
리키아의 유력 제후는 페레 후작 엘리우드
단 한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엘리우드는 페레 땅에 각 제후의
후계자를 모아 향후에 대해 협의했다
그 결과 일단
엘리우드가 맹주 대행이 되어
남은 병력을 집결시켜
다시 『리키아 동맹군』을 결성
이 군은 제후 영지의 차별 없는
경호를 그 목적으로 했다
새로운 『리키아 동맹군』의 장군으로는
베른 군세를 물리친 로이가 선택되어
리키아 지방 전체는 갑자기 활기를 되찾고
회복과 부흥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때에 에트루리아 본국에서
신리키아 동맹군에 정식 출동 요청이 왔다
『서방삼도의 도적 토벌 임무를 맡긴다』
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어째서 구태여 서방의 섬들에
군을 내야 하는 것인가
영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여전히 에트루리아 왕국의 보호가 필요한
리키아는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에트루리아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대의를 내걸고
로이가 이끄는 『리키아 동맹군』은
에트루리아를 가로질러
서방삼도로 가게 된다
서방삼도란 에트루리아 왕국의 보호하에
있는 대륙 서방 변경 섬들의 총칭이다
지하자원이 풍부해 그 발굴이
진행되고 있지만 부를 가로채려는
여러 「도적」이 횡행하고 있어
무법에 가까운 상태가 지속되어
섬사람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스코란 : 두목님, 녀석들이 쳐들어왔습니다
스콧 : 틀림없겠지?
스코란 : 네, 남쪽의 작은 섬에 상륙한 걸
확인하고 왔습죠
스콧 : 정보대로군...
녀석들, 안개 속에서 앞도 안 보여서
허둥대고 있겠지
눈치 못 채게 살며시 다가가서
처리해 버려
스코란 : 예!
세실리아 : 로이, 이번 일은
내가 아무것도 못해서... 미안해
로이 :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세실리아씨의 책임이 아닙니다
세실리아 : 하지만 이번 리키아를 향한 처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된다며
에트루리아 왕국에서도
재상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로이 : 재상? 이번 「도적」 토벌의 요청은
국왕의 결정이었던 게 아닌가요?
세실리아 : 아니, 재상 로아츠가
서방삼도 총독인 아르카르도와 함께
멋대로 진행시킨 일이야
로이 : 멋대로? 그런 게
용납되는 건가요?
세실리아 : ...작년 우리 나라에서 일어난
비극을 기억해?
로이 : 물론입니다, 후계 왕자
미르딘님의 급사 말이죠?
세실리아 : 그래
로이 : 저는 만나 뵌 적이 없지만
총명한 분이셨다고 들었습니다
세실리아 : 그래... 그분만 계셨어도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야
미르딘 왕자님의 죽음
그건 국왕 모드레드님께 있어
견디기 힘든 일이었어
늦은 나이에 힘들게 얻으신
왕자님이었으니... 슬픔도 깊으셨겠지
모드레드님께서는 그때부터
넋이 나간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매우 무기력하게
되어 버리셨어
재상은 그걸 이용한 거야
먼저 삼군장인
우리를 멀리 보내 버리고
큰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복귀할 수 없게 만들었지
로이 : 그럼 얼마 전 오스티아에
군을 보내 주셨던 건...
세실리아 : 그때는 운이 좋았어
퍼시벌 장군도 협력해 줘서
어쩌다 한 번 일이 잘 풀린 거야
그런데 그게
이런 일로 번질 줄은...
로이 : 정말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어찌 됐든 임무만 무사히 마치면
리키아에 돌아올 수 있고요
저희 리키아 동맹군이 부재중일 때의
일만 잘 부탁드릴게요
세실리아 : 그래, 맡겨 줘
리키아 동맹은 물론이고
기네비어 전하도 말이야
기네비어 : 로이님, 저도
동행하면 안 될까요?
로이 : 이 섬에서의 전투는 강행군이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공주님은 세실리아 장군님의 보호하에
에트루리아에 숨어 계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세실리아 : 기네비어 공주님
부디 저를 믿어 주세요
공주님의 사정은 전해 들었고
로이와의 약속도 있습니다
에트루리아 마도군장의 이름을 걸고
결코 나쁘게 대하진 않겠습니다
기네비어 : 알겠습니다...
곤란한 말을 해서 죄송해요
로이님
무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로이 : 기네비어 공주님도
에트루리아까지 가는 길 조심하세요
필 : 스콧님!
스콧 : 오오, 필씨인가
불러내서 미안해
필 : 상당히 소란스러운 듯한데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스콧 : 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이
이 섬을 습격해 와서 말이야
섬에 있는 모두가 위험해졌어
필 : 뭐, 뭐라고요!?
스콧 : 부하들을 보내 놓았지만
녀석들은 싸움에 익숙한 것 같아서
아무래도 불안해
필 : 어떻게 그런 일이...
스콧 : 내가 가면 좋겠지만
이곳을 떠날 수는 없어
그래서 필씨
미안하지만...
필 : 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쫓아내고 올게요
스콧 : 미안해, 의지하도록 할게
필 : 맡겨 주세요!
섬사람들을 습격하다니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스콧 : 따로 한 명 부탁해 놨으니까
그 녀석이랑 잘 해결해 줘
필 : 또 한 명?
스콧 : 그래 신이라는 유목민 녀석이야
고지식한 남자지만 실력은 확실해
필 : ...당신이
신...씨인가요?
신 : 그래, 이야기는 들었다
그럼 갈까
필 : ......
신 : ......
필 : ...저기
신 : 뭐냐?
필 : 그... 신씨도 섬사람들을
구하려고 이 싸움에 참여하신 건가요?
신 : 아니... 그런 거엔
흥미 없다
필 : 그럼 어째서?
신 : 고용됐으니까,
그것뿐이다
필 : ......
신 : ......
필 : ...뭐랄까
거리감이 느껴지네
필 : 저 그러니까... 신씨는
사카에서 온 분이군요
신 : 그래
필 : 왜
이런 서쪽 끝까지?
신 :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잖나
너 역시 보아하니 사카 출신의
인간인 것 같지만 여기에 있고
필 : 저는 무사 수행을 하기 위해
여러 장소를 여행하고 있어서...
아, 딱히 저에 대해선
묻지 않으셨죠 아하하...
신 : ......
필 : 흐으...
신 : ...여성을 한 명
찾고 있다
필 : 여자를요?
신 : 내가 있던 부족은
베른 왕국이 사카 초원에 침략해 왔을 때
맞서 싸우다가 패배했지
필 : ......
신 : 족장님은 내게
먼저 도망가게 한 손녀를 지키라고 명하셨고
그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나는 전장에서 빠져나왔다
필 : 그랬군요...
빨리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신 : ...그래
스코란 : 괜찮은 겁니까
그런 계집을 싸우게 해도...
스콧 : 당해도 상관없어
그 계집이 당하면
가지고 있던 검이 내 손에 들어오니까
스코란 : 검? 그 이상한 검 말인가요?
스콧 : 그건 『태도』라고 하는 명검이다
그걸 손에 넣어서 팔아 치우면
좋은 돈벌이가... 헤헤헤
스코란 : 과연
그래서 두목이 그런 계집한테
친절히 대해준 거였군요
스콧 : 지금까진 틈이 없었지만
이번이 기회다
넌 저 계집을 따라가라
기회가 보이면 빼앗아!
스코란 : 넵!
노아 : 필씨,
필씨 맞지!
필 : 노아님?
어째서 이곳에?
노아 : 응, 얼마 전에
이 군에 참가해서...
노아 : 우왓! 뭐, 뭐 하는 거야
난데없이 베려고 달려들다니
필 : 노아님! 제가
사람을 잘못 봤군요!
노아 : 응?
필 : 아무리 용병 기사라고 해도
해적에게까지 도움을 주다니...
노아 : 뭐?
필 : 얼버무리려 해도 소용없어요!
해적과 함께 일하면서
섬사람들을 습격하다니
이 무슨 파렴치한...
당신이 그러고도 기사입니까!!
노아 : 잠깐 기다려
뭔가 엄청 큰 오해를 하고 있지 않아?
필 : 오해라고요!
이 상황까지 와서 무슨 말을...
노아 : 섬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는 건
우리 쪽이야
스콧인가 하는
해적 우두머리를 쓰러뜨릴 거라고
필 : 네? 스콧님이
해적 우두머리?
노아 :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거기 있는 해적에게 물어보지 그래?
계속 필씨
뒤쪽에서 엿듣고 있잖아
필 : 해적?
스코란 : 칫, 들켜 버린 이상 어쩔 수 없지
두목에게 보고해야겠다!
필 : 아, 기다려!
노아 : ...너 말야
전혀 의심해 보지도 않은 거야?
필 : 아 네, 네에
친절히 대해 줘서...
노아 : 하지만 듣자 하니
무지 험악하게 생긴 놈이라던데...
필 :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노아 : 그거야 뭐
좋은 말씀이긴 한데...
필 : ...몰랐다곤 하지만
해적들에게 손을 빌려주고 있었다니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노아 :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싸우지 않을래?
필 : 앗
그, 그래도 되나요?
노아 : 전력은 많아서 나쁠 것 없으니까
내가 리더에게 부탁해 둘게
필 : 넵
감사합니다!
신 : 수님!
수 : 신...
어째서 이곳에?
신 : 수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수 : 나를?
신 : 네, 족장님의 명으로
수 : ...우리가 도망간 후에
부족은 어떻게 됐지?
신 : 유감이지만
베른군 앞에서는...
수 : 패배한 거야?
신 : ......
수 : 할아버지는 어떻게 하고 계셔?
신 : 베른군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수 : 그래...
신 : 저는 수님을 지키라는 명을 받아
족장님 곁에서 벗어났습니다
수 : 그렇다면 너도
함께 싸워 줄래?
신 : 여기서 말인가요?
수 : 이 군에서 베른과 싸우는 것은
돌고 돌아 할아버지네를 돕는 일이 돼
거기다 이 군에는
나를 구출해 준 은혜가 있어
신 : 알겠습니다
수님이 그리 생각하신다면
저는 그것을 도와드릴 뿐입니다
수 : 고마워...
시민 : 이 근방은 전부 해적 놈들의 세력권이야
우리는 그저 빼앗길 뿐이고
저항?
그런 건 부질없어
그놈들이 맘대로 날뛰고 있는 건
엄청 큰 뒷배가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나 레지스탕스 따위로
맞서 싸우는 건 불가능해...
시민 : ...이곳에 있는 건
여자와 아이들뿐이에요
일할 사람들은 모두 북쪽의 광산에
데리고 가 버렸거든요
자는 것도 허락되지 않고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게 되는 거죠...
도망쳐 나온 제 오빠는
노인처럼 앙상해져선
그날로...
숨을 거두었어요
이것을 건네드릴 테니
부디...
...라니 형편 좋은 이야기겠죠
잊어 주세요...
저희는 이제
이 섬을 떠날 거니까요
시민 : 덕분에 살았어
당신들이 레지스탕스인 거지?
응? 아니라고?
그러면 그냥 인심 좋은 사람?
보이는 대로 이 섬은 지금
해적과 산적 놈들로 엉망진창이라서 말야
섬에 있는 레지스탕스가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어
그치만...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소문으로는 서쪽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저기, 이 물건
전해 주지 않겠어?
우리는 이제
섬을 떠날 거라서...
시민 : 해적 중에 말이지
좀 멋지게 생긴 사람이 있었어
안개가 엄청나서 그다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유목민이라고 하던가?
말에 타고 있는 사람
하지만 분명
연인이라든가 있겠지ー...
시민 : 레지스탕스 녀석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네
북쪽에서도 서쪽에서도
한창 싸우고 있는 중이라는 것 같아
당신들은
어느 쪽으로 갈 거지?
시민 : 정말이지 이 안개에는
당해내질 못하겠구먼...
이래서는 어디에 누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어
토치 지팡이나 눈이 좋은 도적이라도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시민 : 이웃 마을과 그곳의 이웃 마을...
다 같이 이 섬을 떠난다고 하네
양쪽 다 말이지, 쓸쓸해지겠어
가 볼 거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양쪽 다 찾아갈 시간은
없겠지만 말야
어느 쪽이든 딱 한 곳
딱 한 곳만이라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로이 : 멀리너스, 적은
매복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멀리너스 : 마치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었던 듯하군요
로이 : 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이 돌아가고 있어
그런 기분이 들어
멀리너스 : 그러게 말입니다, 이 「도적」 토벌은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 같군요
베른의 침공 이후 이곳저곳에서
수상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로이 : 그러게, 이 대륙에서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는 걸까?
베른 왕국의 폭정,
용의 부활, 리키아 동맹의 붕괴...
무엇 하나 믿기 힘든
일들뿐이야...
그럼에도 우리는 눈앞의 일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어
무척 답답한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