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회화 - 리리나×아스톨


C

리리나 : 안녕
아스톨씨

아스톨 : 이런, 공주님 아니십니까
이야 오늘도 아름다우신데요
너무 예뻐서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버렸습니다요
자 보세요 이렇게

리리나 : 정말... 여전하구나
아스톨씨는
아버님께서 그러셨어
까불지만 않으면 우수하다고

아스톨 : 하하
그거 매섭네요

리리나 : ...저기, 아스톨씨는
아버님과 어디서 알게 됐어?
나 아버님한테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거든...

아스톨 : 네에...
그건 그... 딱히
남한테 말할 수 있는 만남이 아니라서

리리나 : ?

아스톨 : ...저는 그 시절
비열한 도적이었거든요...
보물이나 받아가자 싶어서
오스티아성에 숨어들었죠

리리나 : 에엣
그런 거였어?

아스톨 : 네에...

리리나 :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데?

아스톨 : 그 이후 말이죠...
앗 이런
이런 곳에서 노닥거리다간
나중에 야단맞을 거라구요
뒷이야기는 다음에 할 테니
봐주시면...

리리나 : 그래...?
조금 아쉽네...


B

아스톨 : ...성의 보물에
도달하는 것까진 간단했습니다
이래 봬도 자물쇠 따기가 특기라
식은 죽 먹기였다구요
그런데 거기서 나오자마자
통로에서 딱 마주쳤지 뭡니까
누구인가 했더니
무려 그 사람이 바로...

리리나 : 아버님이었구나

아스톨 : 오스티아 후작님은
가만히 절 바라보셨지요
움츠러든 기색도 없이 말입니다
보기만 해도 거물이란 느낌이었죠
전 양손에
보물을 든 채로 굳어 있었습니다
위병을 부르는 거 아냐?
문답무용으로 맞게 되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

리리나 : 어, 어떻게 됐어?

아스톨 : 오스티아 후작님은
갑자기 크게 웃으시면서
『우리 성의 경비를
이렇게 쉽게 빠져나갈 줄이야』
『너 이름이 뭐냐?』
라고 하셨습니다
어안이 벙벙한 제게...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그 실력을 나라를 위해
빌려 주지 않겠나』

리리나 : 헤에...

아스톨 :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농담하는 표정이 아니었죠
아무튼 보물을 든 채로 도망가려고
했을 때...

리리나 : 했을 때?

아스톨 : 무려 그때
뒤에 있던 오스티아 후작님께서...

리리나 : 아, 아버님께서... 어떻게 하셨는데?

아스톨 : 그게...
앗 이런
그럼 뒷이야기는
또 다음에 하는 걸로...

리리나 : 또?
어쩔 수 없지...


A

아스톨 : 보물을 든 채로
도망치려던 저를 앞에 두고...
오스티아 후작님은...
전혀 움직이지 않으셔서
저는 달렸습니다, 출구가 바로 앞이었죠
그런데도 후작님은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이유를 몰라서 말했습니다
도망치게 놔둬도 괜찮은 거냐고요
『도망치고 싶다면 도망가라』
무거운 목소리가 돌아왔습니다
『갖고 싶다면 보물도 주지
하지만 넌 그걸로 괜찮은 거냐?』
『도적으로 남의 눈을 신경 쓰면서
그늘에 숨어서 여생을 보내는 것...』
『그게 네 소망이냐?』
라고요
저는 성에서 도망쳤습니다
그분의 목소리로부터 도망치듯이
어디를 어떻게 걷는지도 모르는 채
밤새 그 근처를 돌아다녔죠...
날이 밝자...

정신을 차려 보니
저는 그 성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오스티아 후작님은
그곳에 계셨지요

리리나 : ......

아스톨 : 그 후로... 저는
그분 밑에서 일해 왔습니다
그분이
저를 바꿔 주셨어요

리리나 : 그랬구나...

아스톨 : 리리나님
전 몇 번이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정말로 훌륭한 분이셨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