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 사울님...이시군요
저는 베른에서 엘리민교의 시스터를
맡고 있는 엘렌이라고 합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울 : 오오, 신이시여...
엘렌 : 저어, 사울님?
사울 :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과
만나게 되다니...
게다가 당신도 엘리민교의 신자라니!
이건 그야말로 운명입니다
부디 다음에 하룻밤 느긋히
신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엘렌 : 네, 기꺼이요
언제가 좋을까요?
저는 언제라도
상관없습니다만...
사울 : ......
정말입니까?
엘렌 : 사울님께서 신의 사랑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는 거잖아요?
어떻게 거절한다는
선택을 할 수가 있겠나요
사울 : 하지만 그렇게 쉽게 좋다고 하면
김이 빠진다고나 할까...
엘렌 : 「김이 빠진다」니요?
사울 : 아뇨 아뇨, 혼잣말입니다
하지만 엘렌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저는 사실은 날라리 신부고
당신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할지도...
엘렌 : 아니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신을 섬기는 분께서
그런 짓을 하실 리가 없으니까요
사울 : ......
으ー음
...역시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할까요
엘렌 : 그런가요
아쉽습니다...
사울 : 이야, 엘렌 아닌가요
엘렌 : 사울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사울 : ...감사합니다
당신은 지나칠 정도로 성실하군요
좋지 않답니다
그런 식이어선
엘렌 : 그런...가요?
사울 : 네, 신을 섬기는 자는
좀 더 시원시원하게 살아야지요
저처럼 인생의 기쁨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겁니다
엘렌 : 저기...
그렇지만...
사울 : 예전에 제가 아는 사람 중에
당신과 많이 닮은 여성이 있었거든요
뭐, 그 사람한텐
퇴짜를 맞았지만...
당신이 정말로 신을 위해
사람들에게 헌신하고자 한다면...
앞으로 좋든 싫든 간에 여러 가지 것들을
그 눈으로 보게 될 테지요
정말
여러 가지 것들을...
엘렌 : 네...
사울 : 그런 고로 인생을
사는 데는 뭐든지 경험이 중요하답니다
이번에야말로 하룻밤 내내 느긋히
신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엘렌 : 네
꼭 부탁드립니다
사울 : 그러면...
엘렌 : 그러면 제가 다른 분들을
불러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울 : 네?
...다른 분들이요?
엘렌 : 네, 기껏 사울님이
말씀을 해주시는 건데
저 혼자 듣기에는 아깝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들어야 합니다
로이님과 멀리너스님
물론 기네비어님도...
다들
무척 기대하고 계셨답니다
그럼 저는 오늘밤 예정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울 : ......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엘렌 : 사울님
그 뒤에... 어째서
갑자기 사라지신 건가요?
다들 사울님의 말씀을
기대하고 계셨는데...
사울 : 아아... 조금
목 상태가 좋지 않았어서 말입니다
뭐, 그건
또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지요
엘렌 : 네... 그래도
사울님은 정말로 훌륭한 분이세요
사울 : ...네?
훌륭?
엘렌 : 네
평소의 사울님은
불성실하고 게으름쟁이에 날라리에
도무지 신을 섬기는 자의
모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사울 : ......
엘렌 : 하지만 분명 거기엔 깊은 사연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그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엘리민교의 자유로움을 전하려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셨던 거군요
사울 : 네...
...그렇지요
엘렌 : 그런 식으로 불량한 행실을 계속하면
오해받는 건 당연한데...
단순한 호색한에 게으름뱅이라고
모두에게 그렇게 여겨지는데도...
사울 : ......
엘렌 : 그럼에도 구태여
그 길을 걸어가려 하시다니
저로서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사울님
사울 : 뭐어... 아무튼 간에
성실한 것도
지나치지 않게 하세요, 엘렌
엘렌 : 네, 사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