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 이 근처는...
여태까지 제가
들어본 적도 없는 장소군요
베른의 오지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카렐 : .....
여기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묻힌 땅이네
시간을 잊고 세월을 거듭한
장소라고 할 수 있지
노아 : 카렐씨는
계속 그 마을에 계셨습니까?
카렐 : 아니
여기에 오기 전에는...
검의 길을 찾아 여행을 하고 있었네
오랫동안...
여기저기를 말이야...
노아 : 그럼...
일리아에도 오신 적이 있습니까?
카렐 : ...옛날에 말이지
노아 : 『검성』...
그렇게 불리는 전설의 인물을
알고 계십니까?
카렐 : ...글쎄
노아 : 저는 자주 어머니께
그 이름을 들었습니다
제가 아직
갓난아기였을 때...
제 고향 마을을
산적이 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카렐 : ......
노아 : 그때 마을 여관에 있었던
사카의 나그네가 한 명 있었는데
그는 한마디도 없이
마을의 입구로 나가...
순식간에
도적을 한 명도 남김없이 베어 버린 뒤
그대로 바람처럼
떠났다고 하셨죠
카렐 : ......
노아 : 그 사람이 마을을 구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는 여기에 없었을 겁니다
때문에 제게 있어서
검성의 이름은 계속
카렐 : ...그게 아니다
노아 : ...네?
아니라고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카렐 : ......
카렐 : ......
노아 : 카렐씨...
카렐 : 그때의 일에 대해...
역시 말해 두도록 하지
제 오명을 부끄럽게 여겨 침묵하는 것도
길에서 벗어난 것이니까 말이야
노아 : 부끄럽다고요?
당신은 제 고향을...
카렐 : 아니야
그때의 나는... 마을을 구할 생각 따윈
하고 있지도 않았네
그저
베고 싶었지
노아 : ......
카렐 : 그 시절의 나는 검에 사로잡혔던
마물과도 같았다네
피를 채울 상대를 찾아서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었지
사람을 벨 수 있다면
누구라도 좋았네
...설령 그게 우연히
들른 마을의 갓난아기여도 말이야
노아 : !
카렐 : 자네가
은의를 느낄 필요는 없어
나중에 사람들이 붙인 검성의 이름 따윈...
허상에 불과하니까
노아 : ......
하지만...
지금의 당신에게선
그런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신의 모습이야말로
제가 생각했었던 검성이에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카렐 : ...뭔가를 잃고 나서
깨닫는 것도 있다네
내 어리석음을 고치기엔...
그게 너무 늦었던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