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아톨 : 아내에 대해선...
정말로 미안한 짓을 했어
대신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내가 대신...
카렐 : 아니네
여동생은 알다시피
그렇게 건강하다곤 할 수 없는 몸이었으니
마지막까지 잘 살다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
바아톨 : 미안하네...
카렐 : 다만 필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이는군
아직 나이도 어린데 엄마를 잃고...
바아톨 : ...확실히
딸에게는 딱한 짓을 했어
내 곁을 떠나
무사 수행에 나선 것도...
엄마의 죽음에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지
카렐 : 무사 수행에?
필은 여행을 하고 있었던 건가?
바아톨 : 그래
어머니 같은 검사가 되겠다고
말했었다...
카렐 : 그랬던 거군...
바아톨 : ......
카렐 : 바아톨 공, 왜 그러나?
바아톨 : 오오 카렐 공 아닌가
...아내를 떠올리고 있었네
카렐 : 여동생을?
바아톨 : 그래
아내와 만난 것은 내가 여러 나라를
수행을 하러 떠돌 때였지...
저 투기장에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패배했네
그 시절의 아내는
무시무시한 검사였지
마치 뽑아 든 칼의
화신 같았어
카렐 : ...그럴 만도 하지
나도 여동생도... 일족에서
검만을 계승하고 검만을 배웠으니까
당시에는 자기가 사람임을 깨닫는데
얼마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바아톨 : 싸움을 걸어 패배할 때마다
나는 다시 도전했네
그러다 세 번째에
처음으로 첫 번째 검격을 피했지
바로 두 번째 검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지만...
눈을 떠 보니...
곁에 아내가 있었네
아내의 미소를 본 것은
그게 처음이었지
그 이후로 나는 아내와 여행을 계속하고
함께 수행을 거듭했네
결국... 한 번도
아내에겐 이길 수 없었지만
카렐 : 여동생이
미소를 짓다니... 드문 일이로군
그만큼 바아톨 공을
좋아했던 거겠지
바아톨 : 그랬던 걸까...
바아톨 : 병으로 눕고 나서...
아내는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네
가족에 대해, 카렐 공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카렐 : 바아톨 공에게 간호받아서
여동생은 행복했을 거 같군
바아톨 : 카렐 공과 만난 것도
엄청 오랜만의 일이었지
그 시절의 카렐 공은
옛날의 아내를 보는 듯했어
엄청 강하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위험한 거 같았는데
카렐 : ...확실히 그랬지
그때 나는 제대로 말도 안 하고
여동생과 헤어졌으니
그게 이번 생의 이별이 될 줄은...
정 없는 오빠라고 생각했겠지
바아톨 :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아내는 내게 얘기해 주었어
오빠와 보낸 어린 시절의 날들을
병상에서 그리운 듯이...
몇 번이나 얘기해 주었네
카렐 : ......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