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인 : 퍼시벌 장군님! 오랜만입니다
퍼시벌 : 클레인인가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군
안 본 사이에
군무에도 익숙해진 것 같은데
클레인 : 네, 어떻게든요
경험 부족으로 전쟁에 서툴러
의지할 수 없는 장군이라
부하들에겐 면목이 없습니다
퍼시벌 : 아니, 오히려 내가 보기에
자네 휘하에 있는 자들은 운이 좋아
클레인 : 그렇다면 좋을 텐데요
퍼시벌 :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클레인 : 네?
무슨 말씀이시죠?
퍼시벌 : 이 군에 대해서
뭔가 든 생각은 없나?
클레인 : 글쎄요
로이 공의 인품 때문인지
에트루리아군에 비하면
온화한 기분이 들긴 합니다
퍼시벌 : ...과연
클레인 : 퍼시벌 장군님은
어떻게 느끼십니까?
퍼시벌 : 솔직히
편안하다고 할 수는 없군
클레인 : 네? 그런가요?
퍼시벌 : 아마도... 내가 군에 원하는 게
이곳엔 없어서겠지
클레인 : 이 군이
낯설다는 말씀이십니까?
퍼시벌 : ...낯선 것과는
조금 다르다
다만 나는 어디에 가든
에트루리아의 기사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단지 그것뿐인 일이다
퍼시벌 : ...이번 에트루리아 내란을
자네는 어떻게 보고 있지?
클레인 : ...글쎄요
뒤에서 베른 왕국의 공작이 있었다곤 해도
그렇게 에트루리아 내부가
적과 아군으로 갈라지게 되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동요하고 있고요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욕심에 눈이 먼 것들이
그렇게나 많이 있었을 줄은...
퍼시벌 : 에트루리아는 오랫동안
큰 혼란도 없이
평화 속에 방치되어 왔다
악한 자가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지
클레인 : 베른이 일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언젠가
내란은 일어나고 말았겠지요
퍼시벌 : 난 이번 베른과의 전쟁이 종결되면
목숨을 걸고 에트루리아를 재흥시킬 거다
클레인 : 네, 물론 저도 그러기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퍼시벌 : 클레인, 넌
나와는 다른 길을 걸었으면 한다
클레인 : 네...?
퍼시벌 : 나는 앞으로 에트루리아 왕국과
국왕 폐하를 거스르는 자들을 제거할 거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불사할 거고
설령 자신의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클레인 : 퍼시벌 장군님
...당신은 너무 고지식합니다!
퍼시벌 : ! 클레인...
클레인 : ...조금 정도는
어깨에서 힘을 빼 주세요
그런 방법을 고르지 않아도
퍼시벌 장군님이라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군무 중이기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저, 아니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형처럼 생각하면서
함께 보낸 나날들이 그립습니다
그때의 당신은
가끔 소리 내어 웃는 일도 있었는데
퍼시벌 : ......
클레인 : 지금 당장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이 끝나면
함께 웃어요
에트루리아 왕국의 번영을 기뻐하면서
클레인 : 퍼시벌 장군님
잠깐 괜찮으십니까?
퍼시벌 : 클레인인가, 무슨 일이지?
클레인 : 아뇨, 딱히 용건이 있는 건 아니고
모습이 보여서 말을 걸었을 뿐입니다
퍼시벌 : 그런가
클레인 :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신기하네요
에트루리아에 내란이 일어나기 전엔
아직 전 퍼시벌 장군님과
함께 전장에 나간 일이 없었죠
같은 에트루리아 군인인 우리가
리키아의 로이 장군 밑에서 처음으로 함께
싸우고 있네요
퍼시벌 : 그러고 보니 그렇군
만남은 언제나 불가사의한 법이라는 건가
클레인 : 그러고 보니... 뜬금없는 얘기긴 한데
퍼시벌 장군님은 좋아하시는 요리가
옛날과 바뀐 건가요?
퍼시벌 : ?
...딱히 그렇진 않다만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클레인 : 아뇨, 요리사가 곤란해했거든요
행군 중이니 음식이 허술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무엇을 내놓아도
무표정으로 드셔서
뭘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했었죠
퍼시벌 : 무표정...으로?
클레인 : 제법 그런 편이세요
술을 아무리 마시셔도
얼굴에 티도 안 나고...
조금은 표정을 지으셔야
짓는 방법을 잊어 버리지 않을 거예요
퍼시벌 : 표정은 잊는 게
가능한 것이 아니지 않나
클레인 : 퍼시벌 장군님의 경우에는 가능할 거 같아요
퍼시벌 : ...잘도 말하는군...
클레인 : 하하, 그 상태라면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