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 ...저기ー
저기, 루트거씨
잠깐만요
루트거 : ...볼일이라도 있나?
필 : 네, 실은
한 수 겨뤄 주셨으면 해서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부디!
루트거 : ...
필 : 저 또한 이래 봬도
수행을 쌓아 온 검사입니다
투기장 몇 군데에서
연승한 적도 있어요
봐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루트거 : ...거절한다
필 : 어째서죠?
제가 여자라서 그런 겁니까?
루트거 : ...내 검은
오직 사람을 베기 위해서 존재한다
칼질 놀이에는 관심 없어
루트거 : ! 놀이라니요!
필 : 아, 잠깐 기다려 주...!
...반쯤 장난으로 검을 휘두르는 걸로
보였다니 의외인걸
싸울 때의
루트거씨의 검 솜씨는
무척이나 훌륭하고 망설임이 없으니까
배우고 싶었는데...
필 : 루트거씨! 자, 승부입니다!
루트거 : ...비켜라
필 : 싫어요
저는 진심입니다, 그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기에 비키지 않을 겁니다
검을 뽑아 주세요!
그날 뒤로 생각했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검의 길을 걸어왔어요
겨우 놀이라고
오해받은 채 가만있을 순 없습니다
저는 더욱 강해지고 싶습니다
당신의 기술을 배우게 해 주세요
루트거 : ...내 검은
오직 사람을 베기 위한 것이라고 했을 텐데
필 : 네, 그 말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루트거 : 여기서 검을 뽑는다면
난 너를 벨 거다
넌 그걸 바라는 건가?
필 : !...
루트거 : 반대로 나를 벨 마음도 없지 않나?
필 : 그건... 그럴 생각은
루트거 : 그래서
그런 건 놀이라고 하는 거다
필 : ......
루트거 : ......
필 : ...나는 그저...
...하지만
너무 내 마음대로 행동한 걸 수도 있어
다음번에 만나면 사과드려야겠다
필 : 루트거씨
아,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 주세요
몇 번이고 사과드린대로
이제 승부를 걸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요
루트거 : ......
필 : 다만 방금 전 전투 속에서
루트거씨의 검 솜씨, 훌륭했어요
검사로서 역시
조금 동경하고 있습니다
저도 빨리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루트거 : ...너는 너다
필 : 네?
루트거 : 내 검은 피로 얼룩졌다
그런 것에서 길을 찾을 필요는 없어
필 : ......
저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배웠습니다
「검의 길을 걸어
도착하는 곳은 하나다」라고요
필 : 아직 저는 정말로
그런 건지 아닌지는 모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트거씨의 검은
역시 검의 길 위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배워야 할 것은
가득합니다
루트거 : ...어떻게 생각하든
네 맘대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