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 살금살금살금...
니이메 : 이런, 내 옆을
인사도 안 하고
지나가려는 멍청이가 있구먼
젊은데도 어지간히
빨리 죽고 싶나 보구나
휴 : 어, 어라아?
우, 우, 우연이네에
전혀 눈치 못 챘었는데
그런 곳에 있었구나 할머니!
니이메 : 시치미 떼지 마라 이놈아!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살금살금 피하다니
휴 너의 소심한 점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나 보구나
휴 : 니이메 할머니야말로
아직까지 얼굴빛이 좋네
전혀 죽을 기색 없이
쌩쌩하고...
니이메 : 흥! 미안하지만
난 아직 죽을 수 없거든
무엇보다 불량품
손자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고대 마법 수행 여행을 떠나고
벌써 3년이 지났는데...
어째서 이론 마법의 냄새가
펄펄 나는 건지 들려줘야겠다
휴 : 어쩔 수 없잖아 나
마도사가 됐다구
니이메 : ...나도
귀가 나빠졌나 보구나
네가 「마도사」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다니
휴 : 그러니까 이론 마법의
사용자가 됐다니까!
니이메 : 이... 멍청이 손자 놈이!
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게야!!
휴 : 이 잘생긴 얼굴로!
니이메 : 바보인 게냐...
휴 : 아, 어딜 가는 거야
할머니!
니이메 : 너랑 얘기하고 있으면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 같구나
당분간 내 앞에 그 멍청한
낯짝을 보이는 일이 없도록 해라
휴 : ...엄청
얻어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도
나이가 들었나 보네
오랜만에 보는 손자의
남자다움에 반한 건가...
뭐, 어떻게든 살았구만
운이 좋다니까~ 이 몸은
니이메 : 휴야
휴 : 할머니!
스슥
니이메 : ...무슨 속셈이냐
휴 : 어? 언제든지 마법을 받아도
도망칠 수 있게 대비하는 거야
니이메 : ...역시
바보구먼
휴 : 뭐야 바보 바보거리고
할머니의 친손자한테 그래도 돼~?
니이메 : 뭔가의 착각이라면
다행일 텐데 말이야...
억울하게 생각해 봤자 소용없나
오늘은 네게 볼일이 있어서 왔다
휴 : 헤에, 웬일이래
니이메 : 네가 수행을 떠나기 전에 건넸던
「리자이어」 마도서는
이제 필요 없지 않느냐?
얼른 나한테 돌려주거라
휴 : 움찔
니이메 : 설마 가지고 있지 않다
...고 할 셈은 아니겠지?
휴 : 움찔움찔
니이메 : 그건 좀처럼 손에 넣기 힘든
귀중한 마도서라고!?
설마 돈이 부족해서
팔거나 한 건...
휴 : 와ー악! 아니야! 아니야!!
판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준 거라고!!
니이메 : 뭣이!?
좀 더 제대로 된 변명을 하지 그러냐
휴 : 거짓말 아냐!
고대 마법을 쓰는 꼬맹이하고 만나서
한동안 같이 여행했었거든
근데 그 꼬맹이가 고아라고 해서
뭔가 불쌍해서 돌봐주고 그랬는데
어느 날 아침 그 녀석이 없어져서 보니까
리자이어도 함께 사라져 있었다고!
니이메 : 즉 「다른 사람한테 줬다」는 게 아니라
친절하게 대한 애한테 「도둑맞았다」는 거군
휴 :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니이메 :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거겠지!
휴 : ......
있잖아 할머니
두통이 난 거라면
난 저쪽에 가 있을까?
니이메 : ...그래라, 내가 분노에 몸을 맡겨서
널 때려눕히다간
죽은 아들과 며느리가
슬퍼할 테니까
휴 : !!
그, 그럼 이만
니이메 : 나쁜 척을 하는데도 아이가 따라다닐 정도로
사람이 좋은 건 자기 아빠를 꼭 닮았구먼
...고대 마법에 대한 소질도
조금 정도는 물려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휴 : 할머니!
니이메 : 뭐냐
휴 : 나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런데
아빠는 고대 마법 잘 썼었어?
니이메 : ...그런 걸 왜 묻는 거냐 갑자기?
휴 : 아니 나 말이야, 처음엔 제대로
고대 마법을 수행하고 있었거든
근데 전혀 실력이 안 늘어
그 꼬맹이는 독학으로 제법 실력을 키웠던데
혹시 나 재능 없는 거 아닐까? 라고 생각해서
재빨리 이론 마법으로 전향했지만
잘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피를 이었는데
재능이 없을 리가 없더라구
그래서 아빠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어졌어
니이메 : 네 아빠는 너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대 마법에 소질이 있었다
휴 : 역시 그래? 그럼
왜 나만 재능이 없는 거야?
앗! 혹시...
아냐, 분명 틀림없어!!
니이메 : 뭐냐, 짚이는 일이라도
있는 게냐?
휴 : 나랑 할머니
사실은 피가 안 이어진 거지!?
아야야!! 뭐야
갑자기 지팡이로 때리고!!!
니이메 : 네 바보스러움도 적당히
어이가 없어야 말이지
너는 틀림없는
내 손자다
널 거두어들인 것도
이 할미가 아니더냐
휴 : 에ー 거짓말이지?
나의 이 잘생긴 얼굴하고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얼굴은
안 닮아도 너무 안 닮았잖아!
니이메 : 나도 수십 년 전에는
절세의 미녀였다
너 정도의 남자 따윈
선물을 받아도 걷어찼지
휴 : 너무해...
니이메 : 너의 사람 좋은 점은 아빠한테서
이론 마법의 재능은 엄마한테서
멍청이 같은 점은...
아마도 할아버지한테서 받은 거겠지
휴 : 어? 우리 엄마는
샤먼 아니었어?
니이메 : 나도 처음에는 아들의 며느리로는
샤먼을 들이겠다고 결정했었다
하지만 네 엄마는 기량 좋고
재능이 넘치는 마도사였거든
아들이 그 애를 데려왔을 때엔
잘 했다고 칭찬해 줬었지
...둘 다 내
자랑이었는데...
먼저 죽어 버리다니
불효가 따로 없어, 나 참
휴 : 불량품 손자밖에 안 남아서
실망이 크겠네 할머니
니이메 : ......
그게 그렇지도 않다
네 얼굴을 보거나, 네게 잔소리를
할 수 없는 날이 길어서 견딜 수가 없더구나
멍청한 만큼 귀엽다는 걸지도 모르지
너만큼은 오래 살았으면 좋겠구나
휴 :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