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성 광장으로 모여드는 병사들을 곁눈질하며, 핀은 라케시스를 데리고 국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라케시스의 팔에는, 태어난 지 겨우 한 달인 아이가 안겨 있었다. 그 아이도 싸움의 열기를 느꼈는지, 꼬물꼬물 움직이며 불편해 보였다.
"폐하께서는 나 같은 타국의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걸까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라케시스는 어젯밤부터 몇 번이나 반복했던 질문을 다시 꺼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프 님의 일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긴장 속에서, 라케시스가 뭔가를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했고, 말수도 적어지고 있었다. 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다.
장내 깊숙한 곳에 있는 집무실도,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폐하, 라케시스 님을 모셔왔습니다."
활짝 열린 문 앞에서, 핀이 안에 있는 칼프 왕에게 의견을 구했다.
"들어오도록."
안으로 들어가자, 갑주를 쓰고, 다른 방어무구를 준비하는 칼프 왕의 모습이 보였다.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기에, 왔습니다. 후의에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몸인...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핀은 문 앞에 출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 있으면서, 라케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디온의 공주로서, 엘트샨 왕에게 소중히 여겨졌던 것을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우아하게 칼프 왕에게 인사를 한다. 입고 있던 옷은 다른 기사들처럼 움직이기에 편한 옷이였지만, 순간 그것이 드레스처럼 보였다.
엘트샨 왕에게 들었다며 큐안 왕자가 알려준 얘기를 통해 생각했었던 그녀에 대한 이미지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무너졌던 것이 떠올랐지만, 이 기품 있고 우아한 몸짓은, 말로만 들었을 때의 이미지와 겹쳐졌다.
"중요한 일을 부탁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길 바란다. 모두, 여기는 이제 됐다. 각자의 일로 돌아가라."
칼프 왕은 방 안에 있던 종자와 시녀들에게도 방에서 나가도록 지시했다.
핀도 나가려고 했지만, 불려 세워졌다.
"핀, 너에게도 관계된 것이다. 여기서 듣도록 해라."
칼프 왕과 라케시스, 핀 세 명만 남고 나서야 핀은 문을 닫았다. 방 안에서 유일하게 열려 있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왕이 돌아섰다.
"부탁이란 다름 아니라, 리프를 말하는 거다."
"리프 왕자의..."
"나는 이제부터 출격한다. 상황으로 봤을 때 승기는 반반 정도일 거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손을 써 두고 싶다. 이 렌스터의 존속을 위해..."
"폐하..."
칼프 왕은 라케시스를 의자에 앉히고, 그 자신도 맞은편에 앉았다. 핀에게도 라케시스의 옆에 앉으라고 명했다.
"먼스터, 코노트를 함락시키고 나면, 그다음은 이 렌스터가 될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녀석이니... 그렇기에, 확실히 먼스터에서 쫒아내야 한다."
"폐하께서 출격하신다면, 질 리가 없습니다."
"핀, 단순한 요격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러나 먼스터를 둘러싼 트라키아군을 물리치려면, 정예가 부족하다. 큐안의 죽음이 타격이 컸던 거다."
승리를 믿으려던 핀에게 칼프 왕이 조용히 충고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게 리프 왕자를 도망치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시는 거죠?"
"똑똑하구나...... 이 핀과 함께 리프를 부탁하고 싶다. 만약, 우리들이 패했다는 소식이 전달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성을 탈출해서 얼스터 쪽으로 도망가도록 해라. 참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도망친 자를 거절하지는 않을 거다..."
그런 칼프 왕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도 핀은 알아채지 못했다.
"뭔가 걱정되는 것이라도..."
"아니, 얼스터 왕은 참전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얼스터로 도망치는 쪽이, 안전하게 도망칠 수 있을 거다."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칼프 왕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핀은 짐작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습니다."
"라케시스 님..."
"핀도 리프 왕자를 위해서,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국왕으로부터의 사명이기에.... 살아서 리프 왕자를 지킨다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알겠습니다. 폐하, 걱정 마시고 출진하십시오."
"어제는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니.. 그렇다만, 아무쪼록 부탁한다."
"무운을, 폐하."
"아무 일 없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칼프 왕 폐하."
"그래."
핀과 라케시스는, 중간에 맡겼던 아이를 시녀에게 받은 후, 그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리프 왕자의 방으로 향했다.
집무실보다 아래층에 있으며, 안뜰에 닿아 있는 이 방은, 병사들의 소란으로부터는 떨어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왕비가 리프를 상대하고 있었다.
"왕비님, 안녕하시옵니까."
"폐하와의 용건은 끝난 건가요?"
"네, 저에게 핀과 함께 리프 왕자에게 가라....고."
"알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을지는..."
왕비의 웃는 얼굴이, 오히려 깊은 근심을 생각나게 했다.
"이 아이가 당신의 딸이군요.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네, 난나라고 지었습니다."
"그래, 난나 쨩, 리프를 부탁할게요. 큐안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게 지켜봐 주세요."
"왕비님...."
"알테나는.. 가엾게 되었습니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왕비님. 살아계실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 트라반트에게 붙잡힌 거에요. 포기하는 게 좋다는 것은, 우리들도 잘 알고 있어요."
그 뒤로 입을 다물어 버린 왕비는, 리프 왕자가 노는 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왕비님, 국왕 폐하, 출진하십니다."
방 밖에서 시종이 시간을 알렸다.
"자, 리프. 할아버지가 싸우러 나가고 있어요. 당신도 같이 배웅해 드려야지요."
"가는 거야?"
"그래요."
"돌아오는 거야?"
"아마도, 돌아오실 거예요."
흠, 하고 알겠다는 듯이 대답하는 리프에게는, 결국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일이 있었던 걸까... 핀은 그 대답을 듣고, 가슴이 아렸다.
"핀, 안아줘."
데리고 나가려던 시녀를 뿌리치고, 리프 왕자는 핀에게 달려갔다.
"핀은 알테나에게도 리프에게도 사랑받고 있군요. 큐안이 알테나를 호위하라고 핀을 붙여주었는데, 놀이 상대가 되었다고 언제나 말했던 게 생각나네요."
왕비는 난처해하는 핀의 모습을 보며, 껄껄 웃었다.
"당신도 같이 가도록 해요, 핀. 리프를 안아주세요."
왕비의 말에, 핀은 리프 왕자를 안고 앞마당으로 나갔다.
국왕의 출진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군사들이 성 앞에 모여 있었다. 수비를 위해 남는 자들은 광장을 에워싸고, 출진하는 자는 대형을 이루고 서 있었다.
성의 현관에서 기다리던 칼프 왕을 감싸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왕비는, 살며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운을, 폐하."
"성을 부탁한다."
짧은 교감 이였지만, 지긋이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문이 열리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렌스터 만세!"
"트라키아를 쓰러트리자!"
"큐안 님의 원수를 갚겠어!"
소리 높여 외치는 병사들을 칼프 왕은 한 손으로 제압했다.
"맹우 먼스터가 트라키아에게 포위되어, 원군을 요청하는 서한이 왔다. 우리들은 오랜 맹우를 도와, 증오하는 트라키아를 타도하기 위해, 여기서 출격한다."
와 하는 함성이 울려 퍼지고, 사기가 오른다.
"모두의 위에, 노바의 가호가 있기를."
왕비의 말씀으로 한층 더 병사들의 열기가 고조되어, 흥분이 최고조에 이른다.
국왕이 말에 올라타서, 손에 든 창을 치켜들었다.
"출격―!"
대함성과 함께 국왕과 그를 지키는 근위기사들이 성문을 달렸다. 지축을 울리며 나가는 창기사 · 궁기사에 이어, 보병인 중기사와 하급병사들이 걷기 시작했다.
거의 렌스터 전군의 출격으로, 장관이었다. 전송하는 기사들도 자군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고, 오직 국왕 내외만이 최악의 사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을 들었던 핀은, 국왕이 떠난 뒤에도 성문을 시간도 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핀, 가자."
리프 왕자가 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네, 리프 님."
돌아가려는 핀의 팔 안에서, 리프가 발버둥친다.
"걸을래!"
핀은, 인적이 뜸해진 복도에서 살며시 리프를 내려주었다. 곧, 리프는 뛰려고 한다.
"리프 님, 위험하니까 뛰지 마세요!"
핀이 황급히 뒤쫓아갔다. 알테나 때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곧 핀에게도 되돌아왔었다. 리프는, 가고 싶은 곳을 향해서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고 달려간다. 그래서 놓치지 않으려고 주위를 살피면서 쫓아다니는 게, 꽤나 힘들었다.
결국, 방으로 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계단 아래까지 따라잡지 못하고, 거기서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던 리프에게 웃음을 사고 말았다.
"제가 성에 있을 필요는 없죠?"
그날 돌아가려는 라케시스를 발견한 핀이 붙잡는 것을, 그렇게 말하면서 라케시스가 뿌리쳤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다면, 알려주시는 걸로 충분해요. 난나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여기엔 없으니까..."
안고 있는 난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에슬린이 리프를 바라보던 표정과 같아서, 핀은 그녀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는 표정인가요? 반란군이라고 불렸던 시글드 님의 군에 있던 나를 맞이해 준 렌스터였으니,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죠. 저는 지금까지처럼, 집에 있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까지..."
"어라, 제가 엘트 오라버니의 여동생인걸, 그때 알고 있는 게 아니였나요?"
라케시스의 웃음이 킥킥 하며 새어나왔다. 새근새근 잠들어 있던 난나가 깨어나려고 했다.
"어라, 안 돼. 여기서 일어나면 오늘 밤엔 다시 잠들지 않겠네. 좋은 밤, 핀."
"...안녕히 주무시길, 라케시스 님."
분주히 뛰어가는 라케시스를 배웅하고, 핀은 리프의 방으로 향했다.
출진 후, 왕비의 부름을 받은 핀은, 성에서 머물라는 말을 들었다. 부모를 여의고, 성에 맡겨졌기 때문에, 이 성이 자기 자신에 집과도 같았었다. 그러나 수훈도 끝나고, 기사로서의 신분이 뚜렷해지면서 성 밖에 집을 갖게 되었다. 성에서 나가자마자 인 장소에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큐안 왕자의 종자 노릇을 하다가 그의 마음에 들어, 그 아이들의 종자도 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계속 성에서 살 수는 없다고 큐안에게 청해서 산 집이였다.
"나도, 당장 필요한 걸 가지러 가야겠네..."
핀이 혼자 있던 그곳에, 드리아스 장군과 글레이드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왔다.
".....입니까."
"아무리 트라키아라곤 하도, 저 산을 넘어 단번에 이 렌스터를 공격하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핀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지만, 바로 옆으로 와서 야 정신을 차린 글레이드가 핀을 불렀다.
"무슨 말다툼을 하시는 겁니까, 드리아스 장군."
"폐하의 이번 포진이다."
책상이 있었다면 때렸을지도 모르는 기세로 드리아스 장군은 말했다.
"폐하께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는, 저 같은 풋내기는 알 수 없지만, 렌스터에 오기 전에 물리치고 싶다는 모습이였다. 뭔가 미심쩍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핀은 이 눈치 빠른 장군의 앞에서, 애써 태연하게 행동했다.
"아니, 그저, 수비로 궁병을 다수 남겨두고 가셔서 말이지. 마도서가 적은 우리 렌스터는, 트라키아의 용기사와 싸우게 된다면, 궁병이 주력이 될 텐데. 그걸 많이 남겨두었다는게 걱정이다."
"코노트와 먼스터도 합류하니까요. 그리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용기사가 이 렌스터까지 온다고 하면, 궁병 없이는 위협도 할 수 없습니다."
드리아스 정군의 걱정도 지당하다. 그러나 국왕이 염려하던 것은 다른 것인 것 같았기에, 핀은 드리아스에게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고했다.
드리아스 장군을 배웅한 뒤, 핀은 준비된 방으로 돌아가려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글레이드가 불러 세웠다.
"아까 건 진심이었냐, 핀?"
들었던 걸 놓치지 않으려는 글레이드의 표정이, 핀을 다그쳤다.
"아까... 아, 드리아스 장군과의 얘기 말이지. 나는 모른다고 했잖아?"
"그럼, 어제 그 어두웠던 얼굴은 뭔데?"
"그건.. 어제도 말했잖아. 리프님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무겁게 느껴져서..."
"그것 뿐은 아니겠지."
가끔 눈치가 빠른 이 친구가 자신의 불안을 눈치 챌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핀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불안을 그대로 말하기에는 망설여졌다.
"네가 말했던 것처럼, 폐하가 질 리 없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 트라키아가 정공법으로만 향할 것 같진 않아."
"그래서 불안한 거냐. 드리아스 장군이 있어 안심이 된다던 말은..."
"아.. 포위하고 있던 것이 보병이라면, 용기사는 어떻게 된 거냐 이거지. 그대로 코노트나 이 렌스터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뭐.. 그렇네."
"폐하의 말씀이야. 어제, 리프 님의 방에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였어. '트라키아는 만만치 않다' 라고.."
글레이드는 매우 감탄하면서, 핀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핀 쪽이, 그 위험에 더 불안해졌다.
렌스터의 성을 나온 군은, 일단 대열을 재정비하여 코노트를 향해 진군했다. 도중에 도시와 마을에서도 의용병이 가세했고, 나름대로의 대군으로 부풀어 있었다.
"폐하, 코노트의 영지에 들어갑니다."
"그래, 전군 정지. 코노트에 사자를 보낸다."
"전군, 정지!"
전령이 날아와, 전군이 정지한다. 낮선 장비를 맨 의용병들의 사이로, 안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코노트에 지인이 많은 자를 사자로 세우고, 칼프 왕은 이 땅에서 야영을 할 요량으로 각자 준비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코노트를 향했던 사자가 돌아왔다.
"폐하, 코노트 국왕 칼 폐하가, 폐하를 만나고자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칼프 왕의 주위가 술렁인다.
"바로 천막을 치고, 맞을 준비를 해라."
종자들에게도 지시를 내려, 자신도 회견의 준비를 시작한다.
"이럴 때 어떻게 일국의 국왕이 성을 떠날 수 있는 것이냐... 아직 젊다고는 하다만, 주위 사람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가..?"
칼프 왕에게 일말의 불안이 떠오른다. 떠나기 전에 핀에게 했던 말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칼프 왕은 성기사 노바에게 기도했다.
"칼프 왕, 뵙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와 주셔서 제가 얼마나 든든해졌는지, 아시겠습니까?"
뺨에 홍조를 띄며 말하는 젊은 코노트 왕은, 아주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숙부님을 국왕으로 모시고자 하는 일파가 있어, 저도 몇 번이고 살해당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신은 정당한 후계자의 편을 들어 줬어요. 레이드릭을 비롯해, 저의 편을 들어주는 자가 많아져, 이제야 저를 국왕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성은 지금, 누가 지키고 있습니까?"
"레이드릭 입니다. 저는 출격할 수 없지만, 성에서 출격을 기다리는 병사들이, 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을 데리고 돌아올 저를요!"
꿈꾸듯이 말하는 이 코노트의 왕을, 칼프 왕은 다소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선왕의 급사이후, 왕제파와 이 왕자파로 나뉘어 싸웠다고 들었다. 대체, 어떻게 이 청년은 지지를 모은 것일까? 왕제 쪽이 더 무인답게 통솔력이 있었다고 들었었다.
"칼프 왕, 작전 같은 것은 장군들과 결정해 주세요. 그들에게 맡기고 있어요. 신뢰할 수 있는 자들이니, 저는 안심하고 성에 있을 수 있습니다."
천진난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왕의 태도에, 칼프 왕은 가벼운 두통을 느꼈다. 코노트의 장군이 뛰어나더라도, 섬겨야 할 왕이 이런 식인데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칼프 왕은 이 왕에게 재촉 받으며, 코노트의 영내로 들어선다. 기사단의 각 대장에게 각자 쉬라고 전달하고, 자기 자신을 호위를 대동한 채, 코노트 성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폐하. 렌스터 왕 폐하, 잘 오셨습니다."
가신 같은 남자가 마중을 나왔다. 칼프 왕은 그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코노트 왕 칼은 마중 나온 그 남자를 신뢰하는 것 같아 보였다.
"마중 나온 것인가. 칼프 왕, 그가 말했던 레이드릭 입니다. 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남자로, 코노트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소개받은 대로, 레이드릭 입니다, 폐하. 이번에 먼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왕이 직접 참전하셨다는 말을 듣고, 만나 뵐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했던 말에 나쁜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말에 숨겨진 것이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의 눈이 너무 날카롭기 때문일 것이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눈을 하고 있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을 칼 왕에게 고한다면, 그의 기분만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해, 잠자코 있었다.
"후방의 지원은 제 부하 기사들에게 맡겨주십시오. 코노트 기사들 모두, 렌스터군과 같이 싸운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의 말에 거짓은 없다고, 칼프 왕은 스스로를 타이른다. 칼 왕의 레이드릭을 신뢰하는 눈빛이, 노성한 칼프 왕에게는 수수께끼였지만, 여기서 서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저 트라키아의 대군을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끓어오르는 불안을 떨쳐 버리기 위해, 칼프 왕은 빠른 걸음으로 자군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어떠셨는지요, 페하?"
측근 중 한명인 루빈이 돌아온 칼프 왕을 맞이했다. 자신보다 젊은 이 장군의 관찰력과 통찰력의 확실함은 괄목할 만했다. 그래서, 군사적인 역할을 그에게 맡기고 있었다.
"너는 그 레이드릭이라는 녀석을 만난 적이 있는가?"
"아뇨,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 남자가 무엇이...."
다른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칼프 왕은, 루빈에게 가까이 오라 명했다.
"칼 왕의 측근인데, 나에게는 수상쩍게만 느껴진다. 칼 왕은 상당히 신뢰를 보내는 듯 하다만, 아무리도 나에게는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처럼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알아보도록 하라 하겠습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폐하께서 걱정하신다고 해도, 코노트 왕이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좀처럼 꼬리를 잡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던 루빈의 얼굴빛이 흐려졌다.
"그렇다. 당장이라도 출전해서, 먼스터로 가야만 하니...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그 다음이 될 것이다. 그걸 알게 될 무렵에는 우리들은 트라키아와 교전하고 있을 거다..."
"폐하..."
"어쨌든, 이제는 눈앞의 적을 물리치는데 전념하도록 하지. 트라키아의 포위의 일각을 무너트린다면, 그대로 길이 보일 것이다.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태를 걱정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너에게는 이후의 대비를 맡기게 되겠군..."
"맡겨만 주십시오. 어떤 이변도 폐하의 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조용한 말투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루빈이 나간 후, 칼프 왕은 홀로 천막에 있었다. 연락을 받았었을 때 들었던 용기사의 수보다, 보고되는 용기사의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모르는 사이에 커져 가던 트라키아의 무력이, 트라반트의 야망이 닥쳐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
군의를 한다는 연락이 코노트 쪽에서 도착했고, 칼프 왕은 도착한 장군을 데리고 코노트 성으로 들어갔다. 물론, 루빈도 거기에 가담했다.
여기서, 코노트 성에 남는 병사와 렌스터와 함께 출진하는 부대를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레이드릭의 뜻대로 진행된 듯 했다. 코노트의 장군들을 카를 왕의 앞날을 염려하고 있었지만, 레이드릭에게 잘 구슬려진 듯 했다.
"레이드릭이라는 남자, 보통내기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군의라는 허울뿐이었던 회담 이후, 루빈은 칼프 왕에게 슬쩍 다가가, 메모를 건넸다. '트라키아 쪽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 같다' 라고 쓰여 있는 메모를 칼프 왕은 천막으로 돌아가서 야영용 화톳불에 불태우며, 루빈을 불렀다.
"진실인가?"
"네, 뭔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몇 명의 귀족과 접촉한 것 같습니다만, 누구를 만났는지까지는..."
말끝을 흐리는 루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짧은 시간동안 알아본 것이지만, 핵심을 찌르는 것 같았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제 쉬도록 해라."
"아뇨, 아직 올 보고가 있으니, 그것까진 기다렸다가..."
루빈은 그렇게 말하며 천막에서 물러났다.
이른 아침, 전군이 모여, 먼스터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총지휘를 일임 받은 것은 렌스터 왕이었고, 코노트 왕은 성에서 그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제가 있으니, 후방의 수비는 걱정 마세요."
말은 믿음직하지만, 전폭적인 신뢰는 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을 믿고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출진 전, 갑옷으로 갈아입은 루빈으로부터, 탐색하던 자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고, 결국 레이드릭과 트라키아 쪽 사람들이 무엇을 계획하는지는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진군!"
렌스터에서의 고양감을 군사들은 갖고 있었지만, 칼프 왕과 루빈만은 커져가는 불안에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껏 본 적 없던 대군이 지나가는 것을 본, 코노트의 민중은 열광적으로 배웅했다. 트라키아에게 질 리가 없다고, 모두가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