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키아는 다인과 노바가 세운 나라였다. 로프트 제국을 무너트린 성전사들이 유그드랄 대륙 곳곳에 흩어져 나라를 세웠고, 남매도 이를 본딴 것이었다.
남성인 다인이 그 초대 국왕이 되어 남부에 트라키아 성울 세우고 거처를 마련했다. 여성인 노바는 공작으로서 렌스터에 성을 세워 북부를 다스렸다.
남매가 둘이서 트라키아라는 한 나라를 다스린 것은, 둘의 사이가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트라키아 반도라는 장소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했다.
남부에는 유그드랄 대륙 최고봉의 산들이 이어져 있어, 지상의 왕래가 어려웠다. 대신 산간지역에서 항상 발생하는 상승기류 덕분에 하늘을 나는 비룡들에게 있어 절호의 장소였던 것이다.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해 스스로 용기사가 된 다인은 망설임 없이 남부를 왕도로 정했던 것이었다. 천연의 성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에 둘러싸인 트라키아 성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라 할 수 있었다. 풍부한 산림은 광물자원과 야생동물을 제공하여, 남트라키아 지방은 광업과 수렵으로 번성하게 되었다.
북부에는 트라키아 대하 덕분에 비옥한 평지가 펼쳐져 있었다. 코노트 지방 등은 대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만들어진 광활한 삼각지대였다. 그리고, 이자크와의 사이를 갈라놓을 듯이 깊이 뒤엉킨 바다는,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며 풍부한 수산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대하에서 북쪽 바다로 흘러드는 지류도 많아, 보기 드문 곡창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쪽의 평지는 용기사들에게 있어서 결코 날기 좋은 환경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남쪽만큼 바람이 있지 않아, 비룡들이 날갯짓을 더 필요로 했던 것이다. 특히 이착륙시의 부담은 경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인은 노바에게 북쪽을 맡겼던 것이다. 기마를 모는 노바에게 평원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장소였던 것이다.
먹구름을 날려버리고 하늘을 요란하게 휘몰아치는 바람. 풀잎을 스치며 상쾌하게 초원을 스치는 바람. 다인과 노바 두 사람 덕분에, 트라키아 왕국은 풍요롭고 막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떨어져 살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남매간의 좋은 관계는 여전했고, 북과 남의 교류는 빈번히 이루어졌다. 산업을 특화시켜 분업을 철저히 하고, 그에 따른 교역을 자연스럽게 발달시키는 정책을 다인과 노바는 취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점차 육해공 교역로가 발달해 갔다. 그를 권하고, 또한 트라키아가 하나의 왕국임을 항상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도 국왕과 왕매는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때로는 다인의 아내와 노바의 남편이 부러워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윽고 트라키아에는 여러 도시가 발달해 갔다. 얼스터, 코노트, 먼스터, 멜겐, 타라, 그루티아, 루테키아, 카파토기아, 미즈...... 건국 20여 년이 지나 반석이 된 체제는 확고해 보였다. 그러나 사소한 계기로 인해, 트라키아 왕국은 붕괴하게 된다.
그것은 여러 번 개최되었던 사냥대회의 일이었다.
다인과 노바의 남편 두 명이서 멋진 사슴 한 마리를 처치했다. 사슴의 몸에는 두 개의 화살이 꽂혀 있어, 두 사람이 협력하여 사냥감을 처치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화살이 치명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어느 쪽이라도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사냥감을 들고 돌아오자, 천막에서 기다리던 노바는 일방적으로 다인의 활 솜씨를 칭찬한 것이었다. 그녀에게 타의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니면 다인의 아내나 사냥에 동행했던 신하들을 배려에 겸양의 뜻으로 말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 말에 그녀의 남편이 뜻밖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노바의 남편이 다인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는 이제와선 본인밖에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숙장이었고, 다인도 그를 가장 신뢰했기 때문에 다인은 그와 노바의 결혼을 허락했던 것이었다. 그도 다인을 존경해 렌스터의 영주로서 충의를 다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북쪽의 통치자는 노바이고, 그는 그 반려자일 뿐이라는 사실이 늘 따라다녔다. 더욱이, 노바의 다인 숭배는 절대적인 면이 있어, 남편과 오빠 중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 대답은 명백하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는 다인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우연히 이 때 불만이 터져나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노바에게 다인에게 한 것과 동등한 찬사를 해 달라는 소소한 것이었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불만은 이윽고 말다툼이 되었고, 남자들 사이의 힘겨루기로 발전해 갔다.
당황한 것은 노바였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남편과 오빠의 결투라는 사태를 불렀으니 말이다. 일단은 경기로서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사람의 다툼은 진지했다. 자칫 잘못하면 어느 한 쪽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그것은 노바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어느 쪽이 이기든 두 사람 사이에 응어리를 남길 것이 명백했다.
가신들이 두 사람을 말리지 못하는 것을 보다 못한 노바는 게이볼그를 들고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힘으로 멈추려고 한 것은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게이볼그 따윌 들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몸으로 멈췄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나중에 노바는 회한의 말을 했다고 한다.
게이볼그로 인해 좌우로 갈라진 다인은, 싸움에 찬물이 끼얹어져 이내 흥미를 잃었다. 원래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식는 성격이었던 데다, 가족끼리의 유희나 다름없는 싸움은 그에게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던 탓도 있다. 하찮다는 듯 다인은 그 자리를 등지고 걸음을 옮기려 했다. 무시당하는 꼴이 되는 것에 분노한 노바의 남편은 강제로 그의 뒤를 쫓으려 했다.
적당히 해 달라며, 노바는 내렸던 게이볼그의 창 끝을 다시 올려 남편의 움직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남편은 손에 쥔 검으로 거침없이 게이볼그를 쳐냈다. 약간 튀어오른 게이볼그가, 크게 호를 그렸다. 그 때 노바와 그녀의 남편의 다툼을 눈치챈 다인이 멈춰서 그 둘을 돌아보았다.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그리고 누가 이런 결과를 원했을까?
노바는 우연히 게이볼그에 맞은 다인의 목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사고임의 틀림없다. 허나, 일국의 왕이 사망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후의 혼란은 정확한 기록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 국왕의 살해범으로서 노바 부부를 잡으려는 다인의 부하와, 사고임을 주장하며 주군을 지키려는 노바의 부하들과의 싸움이 벌어져 수습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간신히 렌스터로 돌아온 노바 일행이었지만, 사태는 트라키아 왕국을 양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갔다. 왕국의 지배를 노리고 노바가 다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파와, 남매 사이를 알기 떄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노바를 옹호하는 파로 나뉜 것이었다. 또한 다인의 적자가 아직 어리다는 것도 화근이 됐다. 신왕의 측근이 되기 위한 권력투쟁이 표면화되었고, 이를 싫어하는 자들이 노바 부부를 내세워 신왕을 압박했던 것이다. 이 일은 노바의 남편의 야심을 자극했고 트라키아는 완전히 내란에 휩싸여 갔다.
노바의 남편은 렌스터를 새로운 왕도로 정하고 일방적으로 트라키아의 신왕을 자처했다. 상인들은 새로운 이권을 약속받음으로서 북트라키아의 편을 들어, 남트라키아에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북과 남의 군사력이 팽팽히 맞서, 교착상태에 빠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 노바가 급사하게 된다. 그녀는 내란 발발 이후 심신의 피로로 병석에 누워 있었고, 공적으로는 그에 의한 쇠약사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의 진상은 남모르게 역사 속에 숨겨져 있었다.
노바의 서거는 렌스터를 왕도로 하는 왕국의 구심력을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북트라키아 연합이라는 형태로 남쪽에 대한 저항력은 남아 있되, 각 도시는 독립된 국가를 자처하는 형태가 되었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얼스터, 코노트, 먼스터의 각 왕국이다. 그 세 왕국과 동등한 위치에 내몰린 렌스터는 이제 새로운 트라키아 왕조를 자칭할 수 없어 렌스터 왕국으로 재편되었다. 타라, 멜겐, 프레스트의 각 도시는 국가로서 독립할 만한 힘은 갖추지 못했지만, 자유도시로서 각 왕국과 대등한 위치를 만들어내려 했고, 이는 성공했다.
남트라키아 그대로 각 도시를 묶은 하나의 왕국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남트라키아가 다인이 만들어낸 용기사단 등을 중심으로 한 종형사회였기 떄문이었다. 반대로 북트라키아가 각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버렸던 것은, 북트라키아가 상인이 힘을 가진 횡형사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트라키아는 두 세력으로 분열된 채, 100년이 넘는 싸움을 벌여 왔다.
"왜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던 걸까?"
아리온은, 유모가 들려준 옛 이야기의 트라키아의 역사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곱 살짜리 그에게, 역사는 아직 옛날 이야기에 속하는 것이었다.
유모가 이야기해 준 것은, 사이가 좋았던 다인과 노바의 남매가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되어 다인이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슬픔에 사로잡힌 노바도 뒤따르듯 죽고, 남매의 인연으로 묶여 있던 두 개의 창이 떨어져 나가듯 트라키아는 두 나라로 갈라져 버렸다. 그 이후 게이볼그를 가진 자는 사랑하는 자의 불행을 겪는다는 전설이 생겨났다고 한다.
탁, 하고 벽난로의 장작이 튀었다.
"아직도 깨어 있었느냐?"
군의를 마치고 돌아온 트라반트가 아들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버님이 늦으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리온이 대답하자 트라반트는 가볍게 웃으며 유모를 물러나게 했다. 오랜만에 가족들만 있게 되었다.
"내일부터 싸움이 벌어진다. 앞으로는 당분간 나를 기다지리 말고 혼자 자거라."
아리온이 옆에 털썩 앉자 트라반트는 말했다.
"렌스터와 싸우는 건가요?"
"그렇다. 여행하는 승려가 렌스터의 상태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놈들은 그란벨과 완전히 국교를 단절하고, 랜슬리터의 절반을 이드 사막으로 출병시킨다고 한다. 나는 이것을 호기로 보았다."
아리온의 물음에 트라반드는 성인 장병들에게 말해주듯이 대답했다. 다인의 성흔을 가진 아리온은, 결국 궁니르를 이어받아 트라키아의 왕이 될 것이다. 트라반트는 차대의 왕으로서 아리온에게, 자신의 왕으로서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아버님이라면 반드시 이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렌스터와 싸워야 하는 걸까요?"
"그래.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기는 거다."
트라반트는 즉답했다.
"어머니를 걱정하고 있다면, 이젠 잊어라. 여동생도 마찬가지다."
"어머님이 계셨다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최초의 다인과 노바처럼 이윽고 트라키아는 하나의 나라로 돌아갔을까요?"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렌스터 쪽이다."
트라반트는 대답했다. 본래라면 싸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화적으로 트라키아는 통일될 에정이었다. 아리온이야말로, 그 때문에 태어난 새 왕이 될 자였다.
애초에 트라키아 왕가와 렌스터 왕가의 통일을 생각한 것은, 선대 트라키아 왕과 렌스터의 칼프 왕 두 사람이었다. 칼프 왕의 딸과 트라반트 왕자를 결혼시키고, 그에 따라 두 왕가를 통합하고 궁니르와 게이볼그 두 창을 합쳐 하나로 이룬다. 그것이 오랜 싸움을 끝낼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왕들은 생각했언 것이다.
급서한 트라키아 왕을 이어 젊은 트라반트가 왕이 되었고, 선왕이 정해준 대로 렌스터로부터 왕비를 맞이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렌스터 왕자 큐안의 존재였다.
통합파에게 큐안은 방해되는 존재였다. 큐안이 렌스터 왕을 잇는다면, 사태는 예측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가 통합을 거부한다면 다시 전란의 나날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반대로, 렌스터 국수주의자들에게는 큐안이야말로 필요한 존재였고, 트라키아 왕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트라키아 왕비가 회임하자, 트라키아의 통합은 거의 결정된 것처럼 얘기되었다. 칼프 왕의 남자라면 아리온, 여자라면 아르테나라고 그 둘의 첫째 아이를 명명했고, 태어난 아이는 남자였다. 이 일로 사태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통합이 거의 결정적이라는 분위기에 반통합파 숙청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대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반통합파 쪽이었다. 그란벨 유학이라는 형식으로 큐안의 신변보호를 꾀하는 동시에, 트라키아 왕비 유괴라는 폭거에 나선 것이었다. 당시 왕비는 둘째아이를 입신하고 있었으며, 트라키아가 들떠있던 틈을 타 벌어진 일이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결국 왕비는 발견되지 않았고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주범은 북트라키아의 귀족이었으나, 실제로 누가 명령했던 것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트라키아의 통합을 꺼리는 자들의 소행임에는 틀림없었지만, 그것이 누구의 음모였는지는 교묘히 가려져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북트라키아의 사람이 트라키아 왕국 왕비를 유괴했다는 사실만이 남게 되었다.
당연히 두 나라는 다시 전쟁 상태에 돌입했고,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해졌다. 그러나 큐안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그란벨 왕국이 개입했고, 시알피 공국의 그륜리터를 중심으로 한 원정군의 활약으로 렌스터는 트라키아를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이 이후 큐안 왕자의 시알피 원정의 원인이 되었지만, 그것이 최종적으로 렌스터 함락까지 가져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다.
"렌스터는 스스로 창을 이쪽으로 내밀었다. 허나, 한 번 자루를 향한 창을 돌려, 창 끝을 들이밀어 온 거다. 어느 쪽에 대의가 있는지는 분명할 것이다."
트라반트는 희미한 분노를 담아 말했다. 트라키아 왕가에서 보면, 렌스터 왕가는 공순의 뜻으로 왕녀를 보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왕비가 있는 한 인질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왕비를 빼앗은 것 자체를 선전포고로 봐야 하는 것이다.
"알겠나? 아리온, 트라키아는 하나의 나라여야 한다. 나는 그것을 거부하는 자들과는 단호하게 싸운다. 그 삶의 모습을 잘 기억해 둬라. 그리고 언젠가는 네가 두 개의 창을 손에 넣고, 트라키아 전역을 다스리는 것이다."
"네, 아버님."
대답하는 아리온을 보며, 트라반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에, 큐안의 딸에게 노바의 성흔이 나타났을 때, 칼프 왕은 아르테나라는 이름을 그 손자에게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같은 노바의 성흔을 가지고 아리온의 여동생으로서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아르테나"와 동일시했을 것이다. 그 역시 다인과 노바의 환상을 계속 마음에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트라반트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의 다인과 노바. 그리고, 궁니르와 게이볼그 두 창을 가진 두 명의 성전사를 거느린 트라키아 왕국...
트라반트가 이드 사막에서 아르테나를 만나는 것은, 며칠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