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렌스터 성에서 탈출해 간신히 살아남은 왕자 리프는
그를 지키는 기사 핀과 그의 딸, 난나와 함께
트라키아와, 그 트라키아를 격파하고 북트라키아의 지배권을 손에 넣은
서방의 대국 그란벨 제국 등의 추격을 피해
얼스터,
타라 등을 경유하여
트라키아 지방 동부 바다 근처의 있는 피아나라는 작은 마을에 다다랐다.
그곳은, 에벨이라고 하는 여검사가 다스리고 있는 고립된 마을로,
강한 남자들이 무장해서 인근 마을들을 도적으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에벨은 그들을 흔쾌히 맞아들였다.
리프는,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든 마을의 젊은이들과 교류하며
점차, 어른으로 성장을 거듭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란력 776년...
레이드릭 : 어때, 왕자는 찾았나?
와이즈만 : 아니요.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레이드릭 : 멍청한 놈! 뭘 꾸물대는 게냐.
렌스터 왕국의 생존자가 이 마을에 숨어 있는 건 틀림없을 터.
마을 사람들을 추궁해서라도 거처를 알아내라!
와이즈만 : 넵, 물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말로 이 마을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왕자 일행은 피아나 의용군과 함께 해적에게 습격당한 마을을 구하러 갔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레이드릭 : 피아나 의용군? 뭐지? 그건...
와이즈만 : 이 마을은 원래 산적들의 본거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십수 년 전, 에벨이라는 떠돌이 용병이 산적들을 평정하고 지배자가 되어
지금은 의용군이라 칭하며 인근 마을들을 지키고 있다더군요.
어째선지, 상당히 실력 있는 여자라고...
레이드릭 : 흠... 그건 좀 귀찮겠군.
와이즈만 :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에벨의 딸을 인질로 붙잡아 놓았으니까요.
게다가 왕자의 호위역인 기사 핀의 딸도 잡았습니다. 이 정도면 녀석들은 저항하지 못할 겁니다.
레이드릭 : 호오. 네놈치고는 잘했군.
좋아. 계집들은 내가 먼스터로 데리고 돌아가겠다.
네놈은 마을에 남아서 반역자들이 돌아오길 기다려라.
왕자가 돌아오면 반드시 잡도록!
와이즈만 : 넵, 맡겨 주십시오. 여봐라! 계집들을 여기로 데려와라!
레이드릭 : 계집, 이름이 뭐냐?
마리타 : 흥...
레이드릭 : 훗. 기센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
그럼, 또 한 명은...
호오, 너는 핀의 딸인가. 모친이 노디온 왕국의 공주라지?
과연 피는 속일 수 없는 법이군. 이런 변방에서 지내면서도 기품은 잃지 않았어.
난나 : ...
후후, 생각도 못한 상납품이 생겼군. 좋아, 먼스터로 돌아가겠다.
와이즈만, 뒷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와이즈만 : 옙!
에벨 : 어떻게 된 거지? 뭔가 분위기가 수상한데...
할반 : 에벨 님,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에벨 님. 마을에 제국병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없을 때 당한 것 같습니다...
오신 : 뭐라고! 젠장, 제국 놈들. 치사한 짓거리를 하다니!
에벨 님. 마을로 빨리 들어가죠!
할반 : 진정해, 오신. 지금 대책 없이 들어가 봤자 제국병에게 당하기밖에 더 하겠어?
오신 : 할반, 넌 어떻게 침착할 수 있는 거야! 마을이 습격당했다고!
에벨 : 할반의 말이 맞아요. 오신, 조금 진정하세요.
리프 님. 아무래도 제국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헤어지도록 해요.
저희들이 제국병의 주의를 끄는 동안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치세요.
핀, 당신도 왕자님과 함께...
리프 : 에벨!
마을에는 난나가 있어. 우리들끼리만 도망갈 순 없어!
에벨 : 난나 님은 제가 되찾겠습니다. 리프 님은 걱정 마세요.
리프 :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으니까.
에벨 : 핀, 당신은 어떤가요?
왕자님이 위험에 빠져도 괜찮나요?
핀 : 왕자님께서도 이젠 15세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 정도는 결정할 수 있는 나이시지.
나는 한 명의 신하로서, 왕자님의 의지를 따르겠다.
에벨 : 그래요, 15세... 그래서 해적토벌에도 데려간 거였군요.
알겠습니다. 핀이 그렇게 말한다면 저도 이의는 없어요.
오신 : ... 무슨 소린진 잘 모르겠지만, 얘기 다 끝났으면 빨리 가자구요!
에벨 : 네, 하지만 조심하세요. 제국병이라고는 하지만 하급병은 강제로 징병된 시민들입니다.
될 수 있으면 죽이지 말고 붙잡아서 무기를 빼앗은 뒤 해방해야 돼요. 알겠죠!
오신 : 하지만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론 때려 줘도 괜찮은 거죠? 안 그럼 이쪽이 당한다구요.
에벨 : 네, 그건 괜찮지만 지나치게 공격해서 죽이면 안 돼요.
특히 오신은 조심해야 합니다.
오신 : 쳇~, 전 신용을 잃은 거냐고요.
에벨 : 그럼 가죠. 다들, 피아나 의용군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타니아 : 아버지, 벌써 시작됐어.
다그다 : 이거 장난이 아닌데. 아무리 에벨이라도 제국병 상대로는... 서두르자.
마티 : 곤란하군, 벌써...
에벨 : 다그다?! 와 줬군요.
다그다 : 오오, 에벨. 무사해서 다행이야.
제국군이 이런 변경까지 오다니 뭔가 대단한 사정이 있나 보군. 역시 그 아이 때문인가...
에벨 : 그래요. 사실, 그 아이는 멸망한 렌스터 왕국의 왕자예요.
내 독단으로 숨기고 있었어요. 얘기하지 않아서 미안해요.
다그다 :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뭐 좋아. 제국군과 싸울 수 있다면 나도 불만은 없어.
오신 : 어이, 타니아잖아. 뭐 하는 거야?
타니아 : 오신?! 보면 몰라? 일부러 도와주러 온 거잖아?
오신 : 『도와주러 왔다』고? 너한테 도움받을 만큼 우린 한심하지 않아.
자, 꼬마는 집에 가라, 가.
타니아 : 꼬, 꼬마라고! 꼬마는 네 쪽이잖아!!
그런 소리 안 해도 돌아갈 거야. 누가 좋아서 이런 데 온 줄 알아, 바보!
시민 : 마리타 양과 난나 양이 제국병에게 끌려가 버렸어. 빨리 구해 줘.
아, 맞아 맞아. 여기, 마법의 팔찌를 가지고 가.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가지고만 있으면 안 돼. 제대로 사용해야 된다구.
시민 : 여러분 돌아오셨군요! 다행이다...
제발 마을을, 마을을 구해 주세요!
이거...상처약입니다. 부디 사용해 주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저희들이, 에벨 님께 받았던 은혜에 비하면, 이 정도는...
시민 : 무기는 비싸니까 말이다 우리같은 가난한 놈들은 가질 수 없어.
슬픈 이야기지만 적을 붙잡아서 빼앗을 수밖에 없지.
이거 봐. 나도 그렇게 제국병한테서 빼앗았다네.
뭐, 사실은 상대가 코를 골고 있는 사이에 뺏은 거지만 말야. 홋홋홋.
이런 잡동사니라도 좋다면 너희들에게 주마.
필 요없다면 저기 도구점에다가 팔아 버려. 조금은 돈이 될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