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트 : 리프 왕자, 이쪽입니다.
리프 : 아우구스트 사제?! 어떻게 이곳에?
아우구스트 : 왕자를 구출하기 위한 계책을 짜고 있었습니다만 그럴 필요는 없어진 것 같군요.
...꽤나 괴로운 경험을 하신 것 같습니다만,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리프 : 아우구스트, 나는 지금만큼 제국이 증오스러웠던 적이 없어.
부모님을 빼앗았고, 이번에는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소중한 사람을 빼앗아 갔어...
나는, 제국이... 그 앞잡이가 되어 악행을 저지르는 레이드릭이 증오스러워!!
가르쳐 줘, 아우구스트. 그들과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에벨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하겠어.
가르쳐 줘, 아우구스트!
아우구스트 : 에벨 님은 석화마법으로 돌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포기하셔야만 합니다.
리프 : !...무슨 소리야!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건가?!
아우구스트 : 아닙니다. 키아라는 성스러운 지팡이가 있다면 석화는 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팡이는 로프트의 대사교 만프로이에 의해 봉인되어
그의 일족만 사용할 수 있다 전해지고 있습니다.
리프 : 만프로이의 일족... 그런...
아우구스트 : 이건 소문입니다만, 이드 사막 지하 깊은 곳에 로프트의 비밀신전이 있고,
그곳에는 수많은 전사들의 석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십수년 전 발할라 전투에서 붙잡혔던 젊은 전사들의 모습도 있다고...
에벨 공의 석상도 머지않아 그 신전으로 옮겨질 겁니다.
리프 : 그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아우구스트 : 진노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만, 현재 이 세계의 여러 곳에서 왕자가 말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트라키아 반도에서도 벌써 수천...
아니 수만이나 되는 아이들이 잡혀 제도 발할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특히 로프트의 세력이 강한 이 먼스터나, 왕자의 고향 렌스터에서는 모조리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근래에 들어선 거리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리프 : 부모들은 아이를 빼앗기고도 태연한 건가! 왜 스스로 싸우지 않는 거야?!
아우구스트 : 물론, 시민들은 싸우고 있습니다. 이 먼스터도 그렇고, 곳곳에서 저항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결국 무기도 가지지 못한 시민들. 제국군과 로프트 교단에는 상대도 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임당하거나, 잡혀서 처형당합니다. 딱한 일이지요.
특히 로프트의 마도군단 『벨크로젠』의 방식은 잔학함 그 자체로,
한명이라도 반항하면 그 마을 주민 전체를 화형이나 생매장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전설 속 『암흑의 시대』 그 자체...
사람들은 이제 저항할 기운도 잃고, 노예처럼 살고 있습니다.
리프 : 그 정도로 심하다니...
아우구스트 : 그렇습니다. 한때는 하늘은 푸르고, 녹음이 우거지던 북트라키아였습니다만,
지금은 걷히지 않는 먹구름으로 덮여 있습니다...
왕자. 에벨 님의 일로 걱정이신 건 알고 있습니다만,
당신에게는 더 중요한 사명이 있습니다.
지금, 이 북트라키아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북트라키아 사람들의 힘을 이끌어내 싸우기 위한 집단으로서 한데 모을 수 있는 영웅입니다.
...무용과 지력이 뛰어난지의 여부는 문제가 아닙니다. 상징으로서의 『영웅』입니다.
왕자는, 비극의 영웅, 큐안과 에슬린의 자식으로 태어나 그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거병하게 되면, 북트라키아의 반제국 세력은 하나로 모이고,
그 결과, 제국과 로프트의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리프 : 에벨의 일을 포기할 순 없지만, 아우구스트의 말은 잘 알겠어.
나에게 북트라키아 해방의 기치가 되라고 한다면 바라던 바야.
렌스터 왕국을 재건하고 그 일군을 이끌어 제국군을 무찌른다...
그건 핀과 둘이서 계속 이야기해 왔던 꿈이니까!
아우구스트가 군사로서 보좌해 준다면, 나는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겠어!
하지만, 정말로 할 수 있을까?
아우구스트 : 알겠습니다. 그 각오를 들은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지금은 우선, 도망치는 것만 생각해 주십시오.
리프 : 우리를 쫒아서 다수의 병사가 출격했다는데, 안전한 루트가 있을까?
아우구스트 : 동쪽의 출입문으로 도망치는 게 좋을 듯하지만... 하지만, 문제는 성내 거리에 들어섰을 때입니다.
만약 경비병에게 들키면 적의 대부대를 불러들이게 되어 탈출은 어려워지겠지요.
리프 : 경비병에게 들키지 않게? 그게 가능하려나...
시민 : 여어, 좀 괜찮아?
이야기는 들었어. 빨리 도망치라구.
가르자스 : 사제, 미안하다. 괜한 짐을 떠넘긴 것 같군.
사이아스 : 가르자스, 라고 하셨죠? 당신은 레이드릭 경에게 고용된 게 아니었나요?
왜 이 아가씨를...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겁니까?
가르자스 :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사이아스 : ...알겠습니다. 혼자 여행하기엔 좀 큰 짐이긴 하지만, 당분간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럼 가르자스 님, 무운을!
가르자스 : 몰라봤다... 설마 너일 줄은...
세티 : 다행이다. 리프 왕자는 아직 무사한 것 같네.
마기단 : 예. 어떻게 제 시간엔 맞춘 것 같네요.
세티 : 그럼 지금부터 우리들이 미끼가 되어 왕자의 탈출을 돕는다.
모두에겐 미안하다만, 그를 죽게 내버려둘 순 없어. 다들 협력해 줬으면 해.
마기단 : 네, 세티 님!
세티 : 슬슬 한계인가...
지금부터 퇴각한다. 적의 본대가 오기 전에 전원 이탈한다, 서둘러라!
레이드릭 : 오오, 검사 가르자스여. 늦었잖은가!
가르자스 : 무슨 용건이지?
레이드릭 : 보면 알겠지만 죄수가 도망쳤다. 생각보다 고전 중이니, 힘을 빌려줘라!
가르자스 : 훗, 손쉬운 일이다...
병사 : 레이드릭 님, 리프 왕자는 성 밖으로 탈출한 것 같습니다.
레이드릭 : 바보 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저런 피라미 하나 못 잡다니!
병사 : 옙, 정말 죄송합니다!
레이드릭 : 당장 아이제나우 장군에게 기사단을 이끌고 추격하게 해라!
트라키아 영내로 도망치기라도 하면 일이 귀찮아진다.
병사 : 옙, 알겠습니다.
레이드릭 : 그나저나, 그 마리타인가 뭔가 하는 계집은 어찌 되었지? 보이지 않는데..
병사 : ...나중에 보고드리려 했으나, 누군가가 경비병을 습격해 계집을 가로채 갔다고 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레이드릭 : 으윽, 이놈이고 저놈이고 쓸모없는 녀석들 뿐이군!
도대체, 누구의 소행이라더냐? 짐작가는 바는 있을 것 아닌가!!
병사 : 상당한 실력을 가진 자라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 가르자스라고 하는 용병을 현장 근처에서 본 자가 있습니다만, 녀석은 신용할 수 있는 자입니까?
레이드릭 : 흐음.. 가르자스인가.
병사 : 그 남자의 등에서 오드의 성흔을 봤다는 자가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놈은 이자크 왕족이라는 게 됩니다만...
레이드릭 : 훗, 나는 배경도 알아보지 않고 경호원으로 고용할 만큼 어리석진 않다.
놈은 확실히 이자크 왕족이다.
멸망한 리보 왕가의 왕자로 이자크의 샤난 왕자와는 부모끼리 누나와 동생 지간이니 사촌이 되지.
병사 : 샤난 왕자라고 하면, 반제국 세력의 리더 중 한 명입니다.
그런 자의 친인척을 성 안에 두는 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레이드릭 : 훗. 네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거냐?
가르자스의 일족, 즉 리보 왕족은 이전의 내란에서 샤난의 조부가 이끌던 이자크군에 의해 멸망당했다.
녀석은 그 때문에 어릴 적부터 여러가지로 고생을 한 듯하더군.
그런 남자가 일족의 원수인 샤난 왕자에게 협력할 리 없지.
병사 : 과연... 그런 일이.
레이드릭 : 그 계집을 놓아준 이유는 나도 짐작이 간다.
성흔은 그 계집의 등에도 있었으니... 큭큭큭...
병사 : 예?
레이드릭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뭐 됐다. 가르자스는 내버려 둬라.
그 계집 일도 이제 꺼낼 필요 없다. 가르자스 정도의 경호원을 잃을 순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