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
바닷바람이 기분 좋네요, 베일 님.
피레네에는 곧 도착할 것 같아요.
-
세피아는 아빠의 부하니까
절대로 내 편은 안 들어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세피아
서운하네요.
분명 전 솜브르 님을 모시고 있지만…
-
최근 그분께서 내리는 명령에는
저도 좀 생각하는 바가 있답니다.
베일
역시 그랬구나.
아빠는 사람의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기니까…
-
하지만 나한테도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
그러니 오해받는 것도 당연한 걸까?
세피아
딱하기도 하시지… 베일 님.
신룡에게 안 좋은 말을 들으셨다죠?
-
뤼미에르를 죽였다느니, 반지를 빼앗았다느니…
기억에 없으시다면 상대방이 잘못 알고 있는 거겠죠.
-
솜브르 님의 딸이란 걸 듣고
괜한 트집을 잡는 게 분명해요.
베일
난 결심했어.
죽는 한이 있어도 남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
그러니까 아빠 곁으로는 돌아가지 않아.
난 이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을 거야.
-
모두의 오해를 풀고 나서
내 형제를 찾는 걸 도와주면 안 될까?
세피아
이상하네요.
베일 님께서는 솜브르 님의 유일한 자녀.
베일
아니야, 있어.
딱 한 번 본 적이 있거든.
세피아
정말 아름답네요. 보석인가요?
마치 용석 같은걸요?
-
천 년 전에 내 형제는…
울고 있는 나한테 용석을 주면서 그랬어.
-
「함께 있어 주지는 못해도 저는 당신 편이에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떠올려 주세요」
-
「이 돌이 깨지지 않는 한…
제가 어딘가에서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요」라고.
베일
오빠는 지금도 살아 있어. 그러니 만나고 싶어.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꼭.
베일
언니는 지금도 살아 있어. 그러니 만나고 싶어.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 꼭.
-
만약 오빠도 평화를 바라고 있다면
나와 같이 아빠를 설득해 줄지도 몰라.
-
만약 언니도 평화를 바라고 있다면
나와 같이 아빠를 설득해 줄지도 몰라.
-
그래요. 베일 님.
피레네에서 볼일이 끝나면 그분을 찾아봐요.
베일
고마워.
계속 혼자 찾느라 힘들었는데, 덕분에 좀 나아지겠다.
세피아
베일 님, 피레네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
대화도 일단락됐으니
기분 전환 겸 보고 오시겠어요?
-
솜브르 님의 자녀들 중에 생존자가 있다고…?
세피아
나도 그래. 솜브르 님의 아이들은 모두 죽었어.
천 년 전의 전쟁에서 전부.
-
어려서 싸우지 못한 베일 님을
제외하면 전멸했는걸.
-
내가 똑똑히 지켜봤어…
한 명씩 죽어 가는 그 모습을!
세피아
확신은 못 하겠지만… 내 추측이 맞으면
이건 정말 큰일이야. 확인해 볼 가치는 있어.
그리
어찌 됐든 이 사실을 지금의 베일 님이
잠들기 전에 알아내서 다행이군.
세피아
그래. 피레네에 도착하고 진실을 알게 되면
두 번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