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
여기도 마찬가지야.
역시 솜브르는 이미 성을 빠져나갔나 봐…
-
그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 함께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뤼에르
꿈을 꿨어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새벽에.
불길 속에서 빨간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제가 웃고 있었죠.
-
지금껏 별거 아닌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제 기억의 일부일지도 몰라요.
뤼에르
당신에게 묻는 게 확실하겠죠.
천 년 전부터 신룡과 함께한 문장사니까요.
-
말해 주세요.
전… 그리의 말대로 사룡의 혈족인가요?
시구르드
잠자코 있어서 미안하다. 전부 잊어 버렸다면
신룡으로서 살아가는 게 너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어.
-
네가 깨어난 그날,
뤼미에르와… 그렇게 하기로 정했거든.
뤼에르
어머니께선 왜 절 본인의 아이라 하셨죠?
시구르드
네가 솜브르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이라고 들었어.
내버려 두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
무엇보다도, 천 년 전의 뤼미에르와 너는
서로 가족이 되길 바랐다고 해.
뤼에르
고마워요. 시구르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
…모두 지금까지 미안해요.
전 신룡이 아니었어요.
뤼에르
신룡의 힘이 없으면 사룡을 봉인할 수 없어요.
그건 변치 않는 사실이에요.
-
사룡을 봉인할 방법이 없으면…
앞으로의 싸움에서 모두 위험에 빠질 거예요.
-
제가 진짜 신룡이라서 신룡의 힘을 갖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시구르드
…신룡의 힘이 없다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시구르드
물론 너는 사룡의 혈족이야.
그건 변치 않는 사실이지… 하지만 기억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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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뢰르 항구에서 내가 네 곁으로 돌아왔을 때,
넌 나를 다시 현현시켜 되돌려 놓았잖아.
시구르드
사룡의 힘으로 현현된 문장사와는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시구르드
잘 생각해 봐.
사룡의 힘으로 현현된 문장사와… 의사소통이 가능했어?
뤼에르
아, 아니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다들 불러도 대답조차 없었어요.
반드레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시구르드 공.
시구르드
사룡은 주문으로 문장사의 자유의지를 빼앗아.
의사소통은 불가능한 대신 완벽하게 복종시킬 수 있지.
-
반면에 신룡은 기도를 통해 문장사의 자유의지를 남겨.
완전히 복종시킬 순 없지만 그 대신 의사소통이 가능해.
-
하지만 너는 사룡의 주문과 신룡의 기도를…
둘 다 사용하고 있어.
뤼에르
그럼 제 안에 신룡의 힘이 있다는 말인가요…?
-
그건 네 머리카락과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지.
천 년 전처럼 붉은색만 있지 않으니까…
-
네 푸른색은 뤼미에르의 사랑이야.
신룡의 힘을 이어받았다는 증거지.
-
뤼미에르는 왜 수명을 깎으면서까지 힘을 줬을까?
바로 네가 신룡을 이어 주길 바랐기 때문이야.
시구르드
나도, 그리고 다른 문장사들도…
지금까지 함께 싸웠던 건 모두 우리 자신의 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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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화하고 인연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네가 『신룡』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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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자는, 오직 너뿐이야.
-
이 사실을 알고서도… 모두에게서 떠나고 싶어?
진심으로 떠나고 싶은 거야? 뤼에르.
-
그러고 싶지 않아요.
가능하면 앞으로도 같이 싸우고 싶어요.
-
제가 사룡의 혈족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
신룡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인정해 줄 수 있나요?
알프레드
물론 처음에는 신룡이라는 존재가 필요했어.
하지만 지금은 너니까 이렇게 함께 있는 거야.
-
사룡이든 신룡이든 관계없어. 네가 필요한 거니까…
함께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말, 두 번 다신 하지 마.
디아만드
네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겠지.
이미 끝까지 함께하기로 각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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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절반뿐인 힘이라 해도
나머지 절반은 우리가 채우면 그만이야.
미스티라
난 출생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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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태어났든 하고 싶은 걸 한다. 원하는 대로 산다.
신룡으로서 살고자 한다면… 넌 이미 신룡이야.
아이비
난… 사실 복잡한 심경이었어. 그렇지만…
당신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졌지…
-
이 인연을 여기서 끊고 싶지 않아.
나에게 신룡 님은 역시 당신뿐이니까…
시구르드
모두의 마음은 변함없어.
이 모든 인연은 네가 만들어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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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요.
과거엔 용서받지 못할 짓을 했을지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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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모두와 함께 나아가고 싶어요.
시구르드
우리 문장사도 너와 함께할 거야.
타의가 아닌 우리의 의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