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피아
후후후… 여러분이 이겼네요.
솜브르 님, 죄송합니다…
뤼에르
승부가 났네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겠어요.
베일
…안녕, 세피아. 그리.
이번에는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세피아
그러게요.
하지만, 그리는 이미… 들리지 않나 보네요.
-
저세상에서 제가 전해 드릴 테니 안심하시길.
-
마지막으로 하나 충고해 드리죠.
이대로라면 다음 용문은 부수지 못할 거예요.
세피아
용문이 있는 곳은 이 앞의…
오래전 고산 지대였던 곳이랍니다.
-
하지만 그라드론이 부상하면서 일부 지형이 무너져
용문이 있던 곳은 그대로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죠.
베일
어쩐지 기척 중 하나가
이상하리만큼 멀고 희미하게 느껴진다 싶었어.
세피아
어려울 거 있나요.
지형을 변화시키면 되죠.
-
이걸 가지고 가세요.
용문이 있는 곳을 떠오르게 하는 마법 도구예요.
세피아
저는 마력을 지닌 용, 마룡족이기에…
자신의 힘으로 마법 도구를 만들 수 있답니다.
-
그렇다고 해도 보통은 부적 정도나 만들지만요.
강력한 마법 도구를 만들면 수명을 갉아먹게 되거든요.
-
하물며 지형을 변화시킨다면
절대 무사할 수 없겠죠…
세피아
짐작하신 대로
이건 제 목숨과 바꾼 거예요.
-
마룡족 중에서도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건
저 정도밖에 없거든요.
-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 굉장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
어느 날 폭주해서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료도
모두 죽게 만들어 버렸지만 말이에요.
-
…뭐, 전부 옛날 일이랍니다.
아무튼 이 마법 도구를 사용해 주세요.
-
다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이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마법 도구의 효과는 몇 시간 정도뿐이니
용문을 부수려면 서두르셔야 할 거예요.
-
몸조심하세요, 베일 님.
전 여기서 무운을 빌어 드리죠.
베일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와서 왜 그러는 거야?!
-
어째서… 마지막에…
되돌릴 수 없게 된 후에야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적어도 싸우기 전에…
그렇게 말해 줬더라면… 널 용서할 수도…
세피아
이제 되돌릴 수 없고, 끝이니까…
다정해질 수 있는 거예요.
-
처음부터 이랬다면 용서했을 거라고요?
협력이라도 했을 것 같나요? 헛소리 마세요.
-
그랬다면 목숨이 아까워서 마법 도구도 못 만들었겠죠.
지금쯤 다 같이 잠수 연습이나 하고 있었을걸요?
세피아
그래도 상관없어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선 잊어버리세요.
-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계셔도 기분 나쁜걸요.
베일
그렇겠네.
하지만… 앞으로 아빠를 막고, 평화가 찾아온 다음…
-
몇백 년, 몇천 년이 흘러도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세피아
참 곤란한 분이시네요.
제 얘기는 끝이에요. 얼른 가세요.
-
아니면 꼴사납게 죽는 것까지 봐야 안심하시겠나요?
세피아
아, 그래요.
마지막 인사 정도는 깔끔하게 해 드리죠.
-
잘 가세요. 베일 님.
그리고… 새로운 문장사 뤼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