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브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아니, 죽었어야 하거늘.
아무래도 내가 너희를 얕봤나 보군.
뤼에르
솜브르. 당신을 막으러 왔습니다.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솜브르
그럼 살던 곳으로 돌아가 문을 닫도록 해라.
작은 대지에서의 평온 정도는 누리게 해 주마…
-
나는 이 세계를 떠나 이계로 향할 것이다.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결말이 아닌가?
뤼에르
헛소리하지 마세요.
엘레오스 대륙을 다시 공격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딨죠?
-
게다가… 이렇게 많은 희생을 낸 존재를
이대로 놓아줄 수는 없어요.
-
우리가 여기서 쓰러뜨리겠습니다.
당신이 바라는 이계로의 침공을 여기서 막겠어요.
솜브르
호오… 내 소원을 이계로의 침공이라는
진부한 말로 표현하는가.
솜브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에 불과하지.
내 진정한 소원은 만남이다.
솜브르
그렇겠지.
그 문장사는 엄밀히 따지자면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다.
뤼에르
솜브르가…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라고?
솜브르
문 너머에는 무수한 이계가 있다.
내 고향도 그중 하나지.
-
그곳에서는 또 다른 문장사들이 현현되어
반지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
내 일족은 싸움에서 패배했고…
반지의 힘을 얻은 적들은 우리 일족을 말살했다.
-
아직 어렸던 나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이계로 추방했지만.
마르스
이계… 이 엘레오스 대륙을 말하는 건가?
솜브르
신룡이 통치하는 다툼 없는 세계…
그곳에서 평범하게 살길 바란 거겠지.
-
하지만 난 그때 남몰래 간직하고 있었다.
하나의 반지… 한 명의 문장사를.
뤼에르
그것이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
0번째 문장사…
솜브르
내 힘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지만
원래 세계에서는 『시조의 문장사』라 불렸지.
-
그에 대해 전해져 온 건 홀로 싸우며,
혼자만의 힘으로 야망을 성취한 자라는 것이었다.
-
나약하고 고독했던 난
그 사람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
혼자 이 세계에 갇혀
가족도 동료도 없던 내게 유일한 버팀목이었지.
마르스
…그 문장사는 아마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
원래 존재했던 세계에서 이동 같은 걸 했다가는
보통 사라져 버리거든.
-
이계에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일반적인 수준의 힘이 아니었을 거야.
뤼에르
하지만 만나길 바란다는 건
그 문장사가 사라졌다는 거군요.
솜브르
엘레오스에 오고 몇 년이 지나,
인간이 나를 찾아냈을 무렵이었지.
-
그들은 날 동정하고, 버려진 아이라며 돌봤다.
난 처음으로 이 세계의 존재와 이어졌지만…
-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장사는 사라졌다.
반지만을 남겨 둔 채.
-
이계의 존재와 연을 맺은 내게 실망한 것이겠지.
난 절망하고, 후회하며, 결국…
솜브르
그때 난 맹세했다. 나 혼자면 된다고.
그 문장사처럼 홀로 야망을 이루겠다고.
-
원래 있던 이계로 돌아가 복수하기 위해서…
홀로 싸우며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은 채,
-
아득한 세월 동안 부하를 늘리고
영토를 넓혀서… 때가 되었을 때, 전쟁을 일으켰다.
뤼에르
그렇게 천 년 전의 전쟁이 일어났군요.
베일
하지만 아빠는 이 세계에서 혼자가 아니었어.
-
엄마는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성의 사람들과 신도들, 죽은 다른 형제들도…
-
세피아도, 그리도, 마론도, 모브도
나도 오빠도 예전에는 당신을 위해서!
-
세피아도, 그리도, 마론도, 모브도
나도 언니도 예전에는 당신을 위해서!
솜브르
너희들은 모두 도구에 불과하다.
도구를 어떻게 쓸지는 내가 정할 일이지. 그리고…
베일
그래서 전부 죽였다는 거야?
우리도 죽길 바란 거야?
뤼에르
…문장사는 정말로
당신에게 절망해서 사라진 건가요?
뤼에르
시조의 문장사가 정말로 홀로 싸운 영웅이라면
고독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
이 세계의 존재와 인연을 맺은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사라진 건 아닐까요?
-
당신이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걸…
누구보다도 원했던 건 아닐까요?
솜브르
…네가 그 문장사에 대해 뭘 안다는 거냐.
뤼에르
몰라요. 하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전하지 않고 사라졌다면,
-
그 문장사의 진심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알 수 없다고요!
솜브르
그렇다면 만나러 가면 된다.
찾아낼 것이다. 이계를 전부 뒤져서라도.
마르스
솜브르.
시조의 문장사는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
사라져 버린 이상…
앞으로 아무리 찾아도 소용없어.
-
그 기원이 되는 사람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장사와 그 기원이 되는 영웅은 별개의 존재…
-
『그 문장사 본인』과 다시 만나는 건 불가능해.
뤼에르
당신의 원통함은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건…
-
자신의 자식마저,
세계마저도 멸망시키는 건 옳지 않아요.
-
그가 없었다면 난 무엇 하나 이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힘도 가지지 못하고 벌레처럼 죽어 갔겠지.
-
너희처럼 무리 지어 짖어 댈 줄밖에 모르는
미천한 것들과는 달리, 그는 고고하며 숭고하고 강했다!!
-
내게 살아가는 의미를…
홀로 싸우며 복수하라는 계시를 주었단 말이다!
마르스
문장사는 세계의 파멸을 원하지 않아.
그건 당신의 착각이지.
-
우리는 신룡과의 인연에 따라서
세계를 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 힘을 빌려주러 온 거야.
-
그 힘을 악한 일에 쓰는 건 간과할 수 없어.
솜브르
시끄럽다…
너희가 뭐라 지껄이든 난 멈출 수 없다.
-
…드디어 이때를 맞이하게 되었단 말이다.
나의 수천 년의 비원, 방해하지 말고 그만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