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오라버니, 아직이야?
아직도 브로디아 침공을 망설이고 있어?
알프레드
그렇게 재촉하지 마, 셀린.
조금만 더 기다려.
알프레드
전쟁을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어.
상대가 과거의 동료인 만큼 신중해야지.
셀린
하지만 이대로는 백성들을 볼 낯이 없어.
지난 전쟁에서 신하들도 어머님도 잃었으니까…
-
피레네를 지킬 수 있는 건 우리뿐이야.
신룡의 가호를 잃은 세계는 황폐해져만 가고 있어.
-
탐스러운 열매도, 꽃도, 서서히 색을 잃고 있어.
산업은 붕괴될 조짐이 보이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지.
-
지금이야말로 영토를 넓혀서 자원을 확보해야 해.
알프레드
브로디아 왕국은 원래부터 황량했기에…
산업이 입은 타격도 피레네에 비해 훨씬 적지.
-
전쟁에서 이기면 풍부한 광석 자원을 우리 것으로 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
셀린의 계획은 이런 거였지?
하지만 그들의 군사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야.
셀린
모두 감안하고서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기사단을 결성했어.
그게 아니면, 문장사 때문에 그래?
-
브로디아가 지닌 문장사는 어린 황녀야.
이쪽의 맹장한테 이길 리가 없잖아!
알프레드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어.
모두 덧없게 패배하고, 죽어 버리지.
-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라.
질 리가 없다고 믿었던 신하들이 죽는 모습이.
-
그렇게 강했던 신룡 님이…
돌아오지 못한 그날이.
셀린
오라버니, 변했구나.
예전에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
신룡 님을 잃고 겁쟁이가 되었어.
그렇다면 나 혼자서라도 해낼 거야.
셀린
지금부터 홀로 브로디아로 가겠어.
더 이상 허락을 구하지도 않을 거야.
셀린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죽을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검을 들겠어!
-
내가 실패하더라도 뒤를 이을 자가 나올 거야.
그렇다면 언젠가 목표는 이루어질 거고.
-
난 그거면 행복해.
이웃 나라가 불행해지든 말든 알 바 아니야.
-
행복은 언제나 타인의 불행 위에서 성립되지만
그렇다고 우리 나라가 불행을 짊어질 이유는 없으니까.
셀린
오라버니한테는 죄가 없어.
모두 다 어리석은 내 죄야.
-
하지만, 이런 어리석은 내게도
무운을 빌어 줄 마음이 있다면…
-
알았어.
유일한 가족을 두 눈 멀쩡히 뜨고 잃을 바에야, 이제 됐어.
알프레드
가자, 셀린.
지금부터 기사단에 정식으로 명령을…
엘
오랜만에 뵙는군요.
알프레드 전하, 셀린 왕녀님.
-
바쁘신 와중에 끼어들어 죄송하지만…
시급한 용건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
왕의 어전에 함부로 발을 들이다니,
예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이지?
엘
전하께서야말로, 신룡 님께서 맡기신 『열혈 맹장의 팔찌』…
리토스 왕성에 반환하지 않는 것은 무례가 아닌가요?
알프레드
피레네만 팔찌를 반환한다면
국가 간의 균형이 무너질 거다.
엘
타국을 견제하는 병기로써
계속 보유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
그 숭고한 발상 덕분에
각국이 오랜 냉전 상태에 있는데도 말이죠.
-
과연 신룡 님께서
옛 동료의 어리석은 선택을 바라실까요?
-
신룡 님을 살해한 솜브르의 자식들에게
그럴 자격은 없다고 보는데.
-
우리는 솜브르하고 다르다는 걸, 왜…
계속 믿어 주지 않는 거야?!
-
저희는 앞으로 각국을 돌아다니며
공평하게 모든 팔찌를 반환받을 예정입니다.
-
그럼 피레네도 안심하고
팔찌를 반납할 수 있으시겠죠.
알프레드
너희가 우리를 속이고 팔찌를 얻으려는 심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나?
-
다른 나라의 팔찌를 모두 모은 뒤라면
협력할 의향도 있다만.
엘
다른 나라의 팔찌는 없습니다.
피레네에 가장 먼저 요청드리러 왔으니까요.
셀린
그럼 들을 가치도 없네. 이야기는 끝이야.
우리는 지금부터 브로디아로 갈 거라고.
-
팔찌의 힘이 꼭 필요하지.
그런데 당신들한테 넘길 것 같아?
엘
어떻게 말해도 들을 마음이 없으시군요.
그렇다면…
뤼에르
그, 그건 안 돼요!
부탁할게요, 전 여러분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알프레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신룡 님이 살아 있었단 말이야?
-
너희는 신룡 님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건가?
뤼에르
아니요.
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신룡이에요.
-
사룡의 특기인 사술로
신룡 님을 강제로 부활시킨 거라고!
뤼에르
아니에요.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셀린!
셀린
속이려고 해도 소용없어!
신룡 님의 이야기라고 다 들을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알프레드
과연, 이형병이라면 말이 돼.
팔찌를 얻겠다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엘, 일.
-
확실히 신룡 님이 죽었을 때의
그 절규는 이상해 보일 정도였지.
-
한때 동료였던 인연을 생각해서
가능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알프레드
피레네 기사단이여!
사룡의 자식들의 급습에 응전하라!
-
녀석들의 목을
브로디아에 선물로 던져 줄 것이다!
-
지난 전쟁에서 낙화의 왕자라 칭송받은 그 실력으로
저 녀석들의 꽃을 붉게 물들여 주자!
알프레드
기다려 줘, 신룡 님.
금방 편히 쉬게 해 줄게.
일
싸움은 피할 수 없겠어.
사룡의 자식이라는 게 한스러워.
-
엘 님과 일 님께 저런 망발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엘
갑니다, 신룡.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상대라고 봐주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