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루크
형님?!
안 됩니다, 팔찌를 빼앗겼어요!!
디아만드
승산은 있나? 책략은 있고?
있다면 지금 여기서 보여 봐라.
디아만드
엘, 일.
우리 브로디아는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
-
너희를 방해하지도, 다른 나라에 간섭하지도 않으마.
팔찌와 함께 우리 나라의 운명을 맡기도록 하지.
엘
깃들어 있는 자는 문장사 베로니카.
이계의 병사를 사역하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
피레네 때처럼 검게 물들어 있군요.
아마 나머지 팔찌들도 지금은…
-
하지만 싸울 필요는 없어요.
때가 될 때까지 푹 쉬어요.
베로니카
그래…… 다행이다……
그런데… 아주 조금… 쓸쓸해……
-
다시 만날 때는… 계약 같은 게 없어도…
내… 곁에 있어 줘……
뤼에르
걱정 말아요, 다들 계속 곁에 있을 거예요.
문장사 베로니카, 언젠가 또 만나요.
그레고리
감개무량한 날이군.
맞서 싸워서 이기는 날이 오다니.
엘
여기 있는 이들은 신룡을 제외하고
다들 도망쳐 온 이들뿐이니까요.
셀레스티아
저는 천 년 전 전쟁에서… 솜브르로 인해
고향 마을이 불타 없어져 리토스로 도망쳐 왔어요.
-
마룡은 강한 마력을 가진 종족이지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마력이 약했거든요.
-
그 덕분에 솜브르에게 들키지 않았죠.
뛰어났던 가족과 친구들은 모두… 불길 속으로…
셀레스티아
솜브르는 마룡족을 병사로 거느리려고 했지만
저희는 그 뜻에 따르지 않았거든요.
-
지금은 제가 마룡족의 유일한 생존자랍니다.
그레고리
나는 사룡 신도로서 이르시온에 있었는데
신도의 삶이 나랑 안 맞아서 말이야.
-
매일같이 자해해서 피를 바치고
열성적인 녀석들은 목숨까지 내던졌지.
-
늘 상처를 내는 척하면서 속여 넘겼는데
결국 사제에게 들켜 버렸지 뭐야.
-
목숨을 바치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는데…
죽는 건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도망쳤어.
셀레스티아
그레고리는 제가 리토스로 불러들였어요.
이르시온에서 고전하던 저를 구해 줬거든요.
그레고리
구한 적 없어.
그건 이형병이 방해돼서 그랬던 거라고.
일
그리고 나는 전에도 말했듯
쓸모없는 자식이었는데…
-
솜브르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누나가 데리고 도망쳐 줬지.
엘
일, 자신을 쓸모없다고
말하지 말라 했을 텐데요.
일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마음 아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
-
하지만, 누나는 우수했으니까
딱히 도망칠 필요 없었잖아.
-
누나는 나랑 다르게
도망쳐 온 사람이 아니야.
엘
…아니요, 도망쳤어요.
지난 전쟁이 끝났을 때 말이죠.
-
저는… 각국이 팔찌를 챙겨 귀국하려고 할 때
말릴 수 있었는데도 말리지 않았어요.
일
그건 각국의 의견을 존중해서 그런 거잖아?
신룡 님이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면서.
엘
사실은 의견을 존중한 게 아니에요.
그저… 무서웠어요.
-
가지 말라고 말렸다가 거절당하는 것이.
아군이었던 팔찌를 가지고 신룡 님이 있던 성에서…
엘
변명할 여지 없는 책임 회피예요.
모두와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부터 도망친 거죠.
-
그 때문에 구세주가 올 때까지
리토스의 땅에서 나올 수조차 없었어요.
-
세상이 다시 이렇게 된 건
제 탓일지도 몰라요.
셀레스티아
일 님 말씀이 맞아요.
잘못한 건 정체불명의 적이잖아요?
그레고리
엘 님도 도망쳤다는 건 의외네.
나한테 있어서는 강한 사람의 본보기거든.
-
아무튼 겁쟁이들끼리 모였는데
다들 아직 살아 있다는 건 훌륭한 일이지.
엘
…용감하게 싸운 이 세계의 신룡 님은
죽어 버렸는데 말이죠.
일
이 얘기 그만하자! 우울해진다!
신룡 님이 곤란해하잖아!
-
그리고 지금은 달라.
우리도 훌륭하게 싸우고 있어!
-
고마워, 신룡 님.
지금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건 신룡 님 덕분이야.
-
아니, 감사히 받아들일게요.
도움이 되고 있다니 안심이네요.
일
그럼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목적지로 가 볼까?
엘
이곳의 서쪽에 위치한 지혜의 나라.
이르시온 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