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그다지 좋은 추억은 없습니다.

신룡 님, 괜찮으신가요?
이곳에서는… 슬픈 일만 있었네요.

아름답지만, 쓸쓸한 기분이 드네요.
처음 왔을 때 있었던 일이… 슬퍼서 그런가 봐요.

다시 보니 아름다운 곳이군…
마음이 복잡하지만, 이곳엔 죄가 없지.

이곳에서 타계하신 두 전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도 마음이 아픈데 양국의 마음은 어떨지…

아무리 단련을 해도 여기서 일어난 일은 잊을 수 없어요.
분명, 앞으로도 기억해야 하는 거겠죠.

끔찍한 사건이 있었지만, 여전히 교회는 아름답네요.
전부 꿈인 것 같은데, 차라리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기는 언제 와도 춥군요.
신룡 님… 오래 머물지 말고, 가서 따뜻한 홍차라도 마시죠.

모리온 전하와 하이아신스 왕의 일이 없었더라면,
동화처럼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미안하군, 신룡 님.
이곳엔… 별로 있고 싶지 않아.

여기 있으면, 모리온 님이 생각나요.
그러니까… 이형병이 아닌… 강하고 용감하던 모습이요.

…모리온 님.
부디, 평안하시길…

…저는 괜찮아요.
아버님께서는 이제 이곳에 안 계시니까요.

만약 평화로울 때 왔더라면…
여길 솔직히 아름답다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리온 큰아버지… 부디 평안하시길.
안 되겠어요… 여기 오니까 문득 생각나네요.

그렇구나, 여기서 모리온 전하와 하이아신스 왕이…
나도 그때, 신룡 님을 도왔다면 좋았을 텐데.

긴장될 정도로 엄숙한 교회군요.
어쩐지 다들 말수가 적어지더라고요.

전 교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예요.
끝나면, 빨리 도망가야겠습니다예요.

아름다운 교회인걸~ 바닥도 반짝반짝하고.
하지만 안쪽에 군데군데 검붉은 얼룩이 있더라.

믿는 신은 다르지만, 아름다운 교회군요.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 기도를 올리진 않겠습니다.

이곳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군요.
촛농 냄새와 나무 냄새. 그리고 희미하게 녹슨 쇠 같은…

여기 있으면, 머리가 조금 아픕니다…
상당히 나쁜 일이 있었던 곳인가 봅니다.

여기선 참회와… 기도를 올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모리온 왕. 그리고 아버님…

｢익숙한｣ 대교회군요…
지금은 ｢오랫동안｣ 신자가 ｢찾지 않은 듯｣ 합니다만.

아이비 님과 함께 대교회로 돌아가던 날이 떠오르는구려.
바닥에 떨어진 반지로… 하이아신스 님의 붕어를 알았다오.

아무래도 그 광경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아버님…

하이아신스 님께서 살해당하는 그 광경을…
오르텐시아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하이아신스 님을 지키지 못한 게…
여기 오면 자꾸 떠올라요.

이르시온 출신이지만 여기서 기도하진 않을 거야.
내가 기도하는 건 장사의 신뿐이야.

설마 두 나라의 왕이 같은 곳에서 목숨을 잃을 줄은…
그날에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요.

…여기서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아.

여기 있으면 속죄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단 걸 통감합니다.
그 행동이 베일 님을 위하는 것일 리 없었는데.

아부지는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추모하며
교회에서 늘 기도하셨지예. 지금은 그 기분이 이해됩니더…

데스탄 대교회는 제게 익숙한 곳입니다.
설마, 여기서 하이아신스 님께서…

저는 별로 신앙심이 깊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리온 님을 위해 기도드릴 겁니다.

하사드 대교회와 비슷하군요.
분위기와 추위… 그리고 깊게 밴 피 냄새도요.

사룡을 숭배하는 교회라면 공물로 단것을 바쳤으면 좋겠군.
아버지… 아니, 솜브르는 여기서 무엇을 하려던 거지?

교회는 모두 아름답고 신성한 장소죠.
그곳에 죄를 더하는 건 사람과 용의 행위라고 생각해요.

사룡 신앙의 교회는 끔찍할 정도로 익숙해.
여기저기서 신도들이 피를 바쳤지, 매일매일.

이곳에서의 비인도적인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의 누가 심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