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압! 핫! 이얍!

후우…

어제보다는 좋아진 건가?
그래도 아직 부족해…

시트리니카.
이 시간에 뭐 하고 있는 거야?

꺄악?!

…어머나, 라피스.
딱히 아무것도 안 했는데.

굳이 말하자면
무도회에서의 스텝을 떠올리고 있던 거뿐이야.

하아… 거짓말이 서툴러. 숨겨도 다 알아.
몰래 특훈을 하고 있었지?

응, 맞아…

이렇게 늦게까지 하면 몸 상해.
조금 쉬면서 하는 게 좋아.

라피스라면 그래도 되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뭐?

너처럼 강했다면
밤중에 특훈 같은 건 안 해도 되겠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좀 더 강해져야만 한다고.

시트리니카.
그렇지는…

자, 너는 들어가서 쉬어.
나도 조금만 더 특훈하고 나면 쉴 테니까.

…………

…알았어.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잘 자, 시트리니카.

잘 자, 라피스.

엄마, 아빠. 항상 소포를 보내 주셔서 고마워요.
오늘은 뭘 보내셨을까…?

하긴.
뭘 보내셨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짜잔.
와, 맛있어 보이는 감자다…!

라피스, 뭐 하고 있어?

앗~~!
어, 어어, 시트리니카?!

잠깐, 정말이지…
밤중에 그런 얼굴로 갑자기 나타나지 마.

나쁜 말 하면 못써.
어떤 얼굴로 나타나든 내 마음이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무도회 가면이라도
쓸 걸 그랬나.

미안해. 농담이야.

어머, 맛있어 보이는 감자가 많다.
브로디아 시골의 특산품이지? 어디서 났어?

그… 음…

보낸 사람은 부모님이시고. 그런데 보낸 곳이…
라피스네 부모님, 이 마을에 살고 계신다 했었나?

좀 더 도시 쪽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

…시트리니카. 이제 사실을 말할게.
내 부모님께서는 도시에 계시지 않아.

뭐?

내 부모님께서는, 아니… 친척 모두
이 감자가 특산품인 시골에 살고 계셔.

그런 거였어?
하지만 네가 저번에…

맞아, 내가 거짓말을 했어. 미안해.
모두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

알았어.
하지만 왜 그런 거짓말을…?

…체면치레일 뿐이야.

계속 신경 쓰였어. 스타루크 님께서는 왕족이시고,
시트리니카는 그 친척이잖아.

고귀한 두 명과 같이 있기엔…
시골 출신인 나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렇지 않아!
출신 같은 건…

신경 쓰여. 시트리니카처럼 귀한 출신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하지만 난 그렇지 않으니까…

라피스…

…닮았구나, 우리들.

뭐?

라피스는 출신을,
난 힘이 부족하다는 걸 신경 쓰고 있잖아.

그리고 그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어…

…!

라피스의 비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야.
난 오늘도 단련 좀 하고 쉴게.

…잘 자, 라피스.

잘 자… 시트리니카.

시트리니카, 기다렸어.

라피스, 무슨 일이야?

오늘은 나도 특훈에 참가하려고.
혼자보다는 둘이 좋지 않겠어?

음?
그래도 이 시간에 미안한데…

미안한 건 오히려 나야.
저번에는 미안했어.

그리고 소중한 친구가 노력하고 있는데
느긋하게 자고 있을 수는 없잖아.

라피스… 너는 정말…
정말 다정하다니까…

맞다.
특훈을 하기 전에, 이거 받아 줘.

뭐야? 이 종이.

도시에 있는 내 가족의 저택 주소야.

지금은 가족이 살지 않지만
관리를 위해 고용인들만 살고 있거든.

왜 이걸, 나한테?

시골 출신이란 걸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며?
그럼 소포 주소도 신경 써야지.

다음부터 이 주소로 보내.

부모님께서 소포를 이곳에 보내면 나중에 고용인들이
깔끔하게 주소를 바꿔서 너한테 다시 보낼 거야.

다들 여기 불러서 같이 살아도 되고.
별장으로 써도 돼.

원하는 대로 마음껏 써.

…………

시트리니카… 고마워.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줬구나…

고마워할 필요 없어.
친구로서 당연한 걸 했을 뿐이야.

그래도… 나, 이건 받을 수 없어.

음? 어째서…

난 가족이 너무 좋고 자랑스러워.
비록 유복하지 않아도 말이야.

이건 아직… 모두의 앞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네 앞에서는 숨기고 싶지 않았어.

라피스…

후후, 우리 정말 재밌는 거 같아.
서로가 본인에게 없는 걸 가지고 있잖아…

그렇네.
그리고 서로 곤란할 때는 손을 내밀어 주고…

나쁘지 않은 관계야.

맞아, 정말로.

…혹시 스타루크 님께서는 이 균형을
고려하시고 우리를 채용하신 건가…?

그럴 리가.
넌 항상 그 애를 너무 과대평가해.

음?
그, 그, 그렇지 않아…!

우후후, 얼굴이 새빨갛네.
마치 궁정에 깔아 놓은 카펫 같아.

정말… 놀리지 마.

맞아. 빨갛다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우리 마을 토마토가 엄청 맛있거든! 나중에 먹으러 와.

맛있겠다. 꼭 갈게.

하지만 돈은 가지고 오지 마.
우리 마을은 물물 교환이 기본이니까…

어머, 재밌겠다. 물물 교환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그럼 목걸이라도 가져가 볼까?

아하하, 시트리니카가 가진 목걸이를 가져온다면
평생 먹을 분량의 토마토와 교환해야 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