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회화 - 루이 & 자피아


1. C 회화

루이
자피아 씨.
함께 차라도 어떠십니까?
자피아
루이인가.
갑자기 왜 그래?
자피아
미안한데 지금 즐겁게 이야기할 기분이 아니거든.
다른 사람을 찾아가 봐.
루이
그렇겠죠.
표정이 평소보다 안 좋으시니까요.
자피아
그걸 알면서 말을 건 거야?
루이
네.
홍차에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거든요.
자피아
하하하.
너도 참 오지랖이다.
자피아
신경 써 준 점은 기뻐.
고맙다.
루이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자피아
그렇게 큰일은 아냐.
자피아
조금 안 좋은 꿈을 꿨거든…
그래서 별로 잠을 못 잤어.
루이
그랬군요.
자피아
악몽은 약한 마음이 만들어 내는 법.
나도 아직 미숙하다는 거지.
루이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죠.
어떤 강자라도 악몽을 꿀 수 있습니다.
자피아
…그런가?
루이
따뜻한 홍차, 준비하겠습니다.
루이
악몽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마음은 안정될지도 모르니까요.
자피아
고마워, 루이.
그럼 권유를 받아들여 볼까?
루이
네.
자피아 씨.

2. B 회화

자피아
후우…
자피아
신기하군, 루이.
자피아
네가 우려낸 홍차를 마시니
정말 마음이 진정됐어.
루이
그건 다행이군요.
언제든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자피아
신세 좀 질게.
자피아
…………
루이
또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나 보군요.
자피아
어젯밤도 악몽을 꿨거든.
자피아
눈앞에서…
부모님이, 그리고 친구가 살해당했을 때의…
루이
…………
자피아
어렸을 때 고향 어촌이
이르시온병의 습격을 받았지.
자피아
벌써 몇십 년도 지난 일인데
아직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어.
자피아
강해지면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자피아
아무래도 이 기억은 평생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야…
루이
…괴로우셨겠군요.
자피아
미안한걸.
이런 이야기를 들어 봤자 난처하기만 할 텐데.
루이
아니요, 자피아 씨.
신경 쓰지 마시고 뭐든 말씀해 주세요.
루이
저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맛있는 홍차를 우려내는 것밖에 못 하지만요.
자피아
그거면 충분해.
고맙다, 루이.

3. A 회화

자피아
…어라.
자피아
이 홍차의 맛과 향기…
어째선지 그리운 느낌이 드는걸.
루이
자피아 씨의 고향 근처에서
많이들 마신다는 홍차를 준비해 봤습니다.
자피아
그래서 이렇게나 그리운 기분이 들었군.
하지만 어째서 내 고향의 홍차를?
자피아
피레네에서 나는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 좋은 찻잎은 아닌데.
루이
아무리 원해도 지워지지 않는 슬픈 기억…
루이
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자피아 씨를 몇 번이고 봤습니다.
루이
제가 자피아 씨의 슬픈 기억을 지울 순 없겠죠.
루이
어쩌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루이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이
지울 수 없는 기억은
슬픈 것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말이죠.
자피아
…그렇구나.
이거 보기 좋게 당했군.
자피아
이 홍차를 마신 순간
다양한 광경이 눈에 아른거렸어.
자피아
소중한 친구와 달렸던 들판,
꿈을 이야기하던 나무 그늘…
자피아
고기잡이에 나선 아버지의 등, 요리하는 어머니의 옆모습…
그리고 가족이 둘러싼 식탁.
자피아
정말 행복했던 시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억이지.
루이
…그랬군요.
자피아
고마워.
네 덕분에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어.
루이
그럼 다행입니다.
자피아
루이, 기억해 둬.
자피아
너도 내겐 지울 수 없는 기억의 한 부분이야.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말이지.
루이
고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자피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