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 님, 안녕.

안녕하세요. 알프레드.

오늘따라 표정이 밝아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하하하.
물론 있었지!

오늘 아침엔 기분 좋게 단련을 한 데다
달리기 연습도 평소보다 빨리 끝났어.

거기에 이렇게 네 얼굴까지 봤잖아.
정말 행복한 기분이야.

에이, 놀리지 마세요.

방금 건 진심이었는데.
친구 얼굴을 보게 되면 행복하잖아?

맞아요.
정말 기쁜 마음이 들죠.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뭐 불편한 점은 없어?
깨어나고 시간이 좀 지났다고는 해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을 테니까.
불편한 게 있으면 말해 줘.

글쎄요…
지금은 딱히 없어요.

그럼 다행이야.
하지만 정말로 사양할 필요 없어.

리토스를 떠나기 직전에 신룡 님이 나한테
친구로서 이것저것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듣고 정말 기뻤거든.
친구로서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고 싶어.

저도 그 말을 들으니… 기뻐요.
고마워요, 알프레드.

…알프레드.
잠깐 괜찮아요?

물론이지. 신룡 님.
친구를 위해서라면 시간이야 얼마든지 만들어야지.

매일 아침, 제 기상 시간에 맞춰
호화로운 식사를 준비해 주는 건 기쁘지만…

그거 안 하면 안 될까요?

! 혹시 육류가 너무 많았어?
몸 만드는 데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뭐 확실히 많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저한테만 특별한 걸 준비해 주면
좀 불편하거든요.

그걸 말한 거였구나. 미안해.

친구에게 행복한 아침을 만들어 주려고
준비했던 거지만… 앞으로는 안 할게.

고마워요.
그리고…

제가 밤에 잠들 때쯤 꼭 어디선가
멋진 피리 소리가 들려오던데…

내가 연주한 거야.
신룡 님이 행복하게 잠들 수 있도록.

역시 그랬군요.
소리가 나는 쪽에서 알프레드의 그림자 같은 게 보였어요.

정말 멋진 연주였지만,
가능하면 그것도 그만해 줬으면 좋겠어요.

…한밤중까지 필릴리 소리를 듣고 있으면
꿈에도 나오거든요. 그 곡이.

미, 미안…!
언제 잠들었는지 알 수 없어서 오랫동안 불었는데…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전부 역효과가 났었다니.

나는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

앗, 그렇게까진…

내가 아무리 긍정적이라 해도 반성을 안 할 수 없군.
머리를 식히기 위해 조금 달리고 와야겠어.

여러 가지로 폐를 끼쳐서 미안해. 신룡 님.
그럼!

아…!
알프레드…

알프레드… 찾고 있었어요.

저번에 알프레드는
제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었죠.

신룡 님의 기분도 생각 안 하고
쓸데없는 짓만 했으니까…

그 말 취소해 주세요.
알프레드는 제 친구예요.

따지고 보면 전부 저를 생각해서 한 거잖아요…
결과가 어쨌든 그 마음은 고마웠어요.

그러니까…
다시는 자격이 없단 말 같은 건 하지 말아요.

신룡 님…

하지만 나는 신룡 님에게 아무것도 못 해 주고 있잖아.
그런데 과연 내게 친구가 될 자격이 있을까?

특별한 걸 해 주지 않아도
알프레드에게는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걸요.

게다가 알프레드는 제가 깨어나고 나서
처음 생긴 친구잖아요.

그걸 부정해 버리면 슬퍼요.

처음 생긴 친구…

후후, 고마워.
그렇게 말해 주니 정말 영광이야.

나는 신룡 님이 깨어나기 전부터
일방적으로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눈을 뜬 게 너무 기쁜 나머지
쓸데없는 짓까지 해 버렸나 봐.

하지만, 이제 특별한 일은 안 할 거야.
이제부터는 평범하게 친한 친구로 지내자!

고마워요. 알프레드.

좋아!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어!

우정을 더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둘이 같이 달리기 연습을 하자!

네?!
지, 지금부터요?!

당연하지! 자, 시작!

기, 기다려요!
저는 아직 한다고 안 했어요!

알프레드!!

…안녕, 신룡 님.

안녕하세요, 알프레드.
왠지 오늘은 표정이 딱딱하네요.

신룡 님…
지금 내게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내 성격은 굳이 말하자면
가만히 고민하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쪽이거든.

네. 알아요.
뭔가 떠오르면 바로 행동하잖아요.

하지만, 왠지 어떤 것에 관해선…
좀처럼 행동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어.

내가 행동을 취하면
지금의 좋은 관계가 망가질지도 모르고…

전에 내가 네게 했던 말을
뒤엎어 버리게 될 테니까.

제게 한 말이요…?

｢평범하게 친한 친구로 지내자｣라는 말.

자, 잠깐만요. 그건…
역시 친구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말하려고요?

…………

…나는 피레네 왕국의 제1왕자야.
언제까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순 없겠지.

신룡 님.
나는 이제 친구라는 관계로는 만족 못 하겠어.

부디 날 너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지 않을래?

…!

널 특별 취급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넌 이미…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됐어.

그 증표로… 이걸 가져왔어.

…아름다운 자수네요.

피레네에는 선조 때부터 옷이나 자수를
물려받는 문화가 있지.

이건 오래된 부분을 덧대고
모양을 바꾸며 대대로 내려온… 왕가의 자수야.

소중한 사람에게 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
내 바람에 응할 생각이 있으면 이걸 받아 줘.

알프레드…

…고마워요.
기쁘게 받을게요.

신룡 님…!
아, 정말로 받아 줄 거야…?!

네.
저도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그날 신룡왕성의 회랑에서 만났을 때부터
특별한 느낌을 받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걸 줄게요.
손을 내밀어 봐요. 알프레드.

『약속의 반지』…

앞으로도 같이 여행해요.
계속 함께.

고마워, 신룡 뤼에르 님…

특별해졌으니 친애의 표현을 망설일 필요는 없겠군.
네가 정말 좋아. 네가 있으면…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