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스, 지난 전투 때는 도움을 받았네요.
고마워요.

아뇨, 당치도 않아요.

신룡 님께서 이끌어 주신 결과였고
감사받을 만한 건 전혀 없었어요.

신룡 님께 칭찬받는 건 좋지만
저 말고도 훌륭한 사람은 많이 있는걸요.

라피스는 실력도 뛰어나고, 기지도 있죠.
그러니 모쪼록 자신감을 가지세요.

자, 자신감이라니요.
그런 과분한 건 가질 수 없어요.

저는 고귀한 출신도 아니고
운 좋게 기사가 됐지만, 주위엔 우수한 사람들뿐인걸요.

자신감을 가지다니,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라피스는 자신에게 엄격하군요.
매우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능력은
라피스의 실력과 무관하잖아요.

그러니 그렇게 자신을 낮추지 말고 가슴을 펴세요.

그, 그래도…
신룡 님… 너무 곤란하게 만들지 마세요.

칭찬받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제가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죄송하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라피스는
강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네요.

어떻게든 극복하면 좋을 텐데요…

네? 제 단련 일정에
신룡 님께서도 동참하시겠다고요?

네.
가끔은 같이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해서요.

기뻐요.
송구하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라피스는 평소에 무슨 단련을 하나요?

각종 무기 연습이랑 동작 연습도 하고…
또, 무거운 짐을 운반하기도 해요.

돌을 실은 지게를 짊어지고
달리거나 등산을 하는 거죠.

그러면 체력이 엄청 좋아지겠네요.

함께 단련하신다면 신룡 님께서 쓰실 지게도 필요하겠네요.
바로 만들어 드릴게요!

마, 만들어요?

제가 있던 시골에서는 뭐든 만들어 썼어요.
그 외에는 손에 넣을 방법이 없었거든요.

시골…?

앗.

아~~~~~! 아니에요!
만들지 말지 그걸 묻고 싶었어요!

음, 물론 부탁할게요.
물건을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너, 너무하세요. 놀리지 마세요.

놀리는 게 아니에요.
공작 기술은 전장에서도 도움이 돼요.

그 기술은 저도 배우고 싶을 정도인걸요.

…………

이런 일로 칭찬받다니…
왠지 묘한 기분이에요.

그럼 바로 지게를 만들어 드릴 테니.
잘 보고 계세요.

알겠어요.

오오… 엄청난 속도.
눈으로 못 따라갈 정도로 빠르게 만드는군요…

신룡 님.
받아 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이건 공작 도구인가요?

네!
공작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고마워요.

고마워해야 하는 건 저예요.

전 이제껏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어요.
하지만 신룡 님 덕분에 깨달았어요.

공작 실력을 칭찬해 주셨을 때…
더 당당해져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죠.

네, 맞아요.
라피스는 정말 대단하거든요.

지난번 지게 만드는 속도엔 정말 놀랐어요.
제게도 뭔가 공작에 대해 가르쳐 줄 수 있나요?

그럼 갈퀴를 만들어 보죠.

갈퀴?
대체 어디에 쓰는 건가요?

뿌리 야채를 수확할 때요.

뿌리 야채.

뿌리 야채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감자, 고구마, 마, 브로디아 감자.

브로디아 감자…?

이름은 브로디아지만,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어요.
이 주변에서도 자생하고 있다는 건 이미 확인했죠.

삶으면 달콤해져서 엄청 맛있어요.
자, 괜찮으시다면 함께 갈퀴를 만들어 보죠!

굉, 굉장해요.
라피스에게 배울 게 참 많을 거 같아요.

라피스.
잠깐 시간 있나요?

신룡 님, 무슨 일이세요?

저, 이걸…
받아 줬으면 해요.

뭐죠? 예쁜 금속…
왠지 비싸 보이기도 하고…

아앗!
이건… 『약속의 반지』인가요?!

네.
뒷면을 보세요.

제… 제 이름이 새겨져 있어요.

라피스에게 받은 공작 도구를 사용해서
새겨 봤어요.

네에에에?! 아니…
공작 도구로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이걸 새기면
다시는… 지울 수 없다고요…!

지울 생각은 없어요.
소중한 사람에게 주기 위해 마음을 담아 새겼는걸요.

라피스…
받아 줄래요?

…………

예전의 저라면…
신분의 차이로 인해 송구스러워서 도망쳤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신룡 님이 소중해요.

그럼…

네, 물론이죠.
감사히 받을게요.

신룡 님께서 마음을 담아 이름을 새긴 반지…
평생 소중히 할게요.

고마워요.

저… 이렇게 됐으니 말해야겠네요.
저, 그, 실은…

브로디아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감자 마을 출신이라는 거요?

어떻게 그걸!

브로디아 감자를 조사했더니 적혀 있더라고요.
그 이름을 사용하는 건 감자 마을 출신뿐이라고 말이죠.

전부 들통났었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것도 저의 일부니까요.

맞아요, 전 그런 모습을 지닌 라피스라서
이렇게 반지를 건넨 거예요.

고맙습니다, 신룡 뤼에르 님…

절 선택해 주신 이상 고생시켜 드리진 않을 거예요.
앞으로 둘이서 다양한 증표를 만들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