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 회화
판도로
뭐야, 섭섭하게.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지.
파네토네
고맙습니다예요.
실은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예요.
판도로
네가 노력해서 익혔다는 건 알아.
하지만 여기에는 나밖에 없잖아.
판도로
오빠 앞에서는 편하게 말해도 돼.
파네토네.
파네토네
오빠는 왜 성직자 같은 걸 하는 거야?
파네토네
술독에 빠진 아버지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
타락한 성직자 어머니…
파네토네
그런데 왜 부모님의 의지를 이어받아
본가의 교회를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돼.
판도로
파네토네가 사라지고 나서
부모님의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말했었지?
판도로
난 교회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판도로
파네토네도 가끔은 교회에 와서
기도드리는 게 어때?
파네토네
내게 본가의 교회는
꺼림칙한 곳이거든…
파네토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발을 들여놓을 생각은 없어.
2. B 회화
파네토네
내가 가출한 걸
오빠는 단 한 번도 탓하질 않네?
판도로
파네토네는 자유를 찾은 거잖아.
탓할 필요가 없지.
파네토네
그랬구나.
나는 틀림없이 원망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판도로
나는 도망칠 용기가 없었던 것뿐이야.
집을 나와도 살아남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으니까.
판도로
네가 대단한 거야. 신하로 고용되기 전까지…
혼자서 살아남았잖아.
판도로
파네토네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부모님도 분명 놀라겠지.
파네토네
글쎄.
나는 아무런 관심도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판도로
이 이야기를 해야 할지 솔직히 망설였는데…
숨기기 싫으니까 일단은 말해 둘게…
판도로
파네토네가 가출한 다음에
사실 부모님은 파네토네를 계속 찾아다녔어.
판도로
어쩌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판도로
그래도 이 사실만은 네게 전해 주고 싶었어.
3. A 회화
파네토네
괴로운 기억이 많아서
사실은 오고 싶지 않았어.
파네토네
하지만 여기는 본가의 교회가 아니잖아.
오빠가 지켜 온 교회지.
파네토네
잠깐 들르는 정도라면
괜찮을 거 같아서 온 거뿐이야.
파네토네
하는 김에…
부모님이 어디선가 잘 지내길 빌기도 했고.
파네토네
우리 부모님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판도로
글쎄…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판도로
파네토네와 내가 재회한 것처럼
어디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파네토네
우리는 이제 어른이야.
감정에만 의지하던 그때와는 달라.
파네토네
만약,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제대로 이야기해 보고 싶어.
판도로
분명 놀라겠지.
나도 파네토네도 훌륭하게 성장했으니까.
판도로
파네토네…
이 싸움에서 절대 죽으면 안 돼.
판도로
이제 가족과 떨어지는 건
지긋지긋하니까.
파네토네
당연하지.
나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파네토네
오히려, 내가 오빠를
반드시 지켜 줄게.
판도로
하하하, 믿음직스러운 여동생이네.
파네토네가 있으면 절대 질 일은 없겠는걸.
파네토네
우리 남매는 최강이야.
이 인연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