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레.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은 게 있어.

사과하신다고요?
알프레드 왕자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게는 커다란 죄가 있어.

그때 내가 리토스에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뤼미에르 님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뤼미에르 님께서는 반드레의 소중한 주군이시잖아.
정말 미안해…

알프레드 왕자님…

뤼미에르 님을 지키지 못한 건 저도 똑같습니다.
아니, 신하였던 저야말로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알프레드 왕자님께서 안 계셨더라면
그때 패배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감사를 전한다면 모를까
원망하는 건 도리가 아니겠지요.

…그런가. 고마워.

반드레.
또 이야기하러 와도 될까?

물론입니다.
다음에는 뤼미에르 님과의 즐거운 추억 이야기를 하시죠.

즐거운 추억…?

네.
그편이 뤼미에르 님께서도 기쁘실 겁니다.

어렸을 때, 생일에 뤼미에르 님께서 꽃을 주셨어.

예쁜 하얀 꽃이었는데…
이름을 모르겠어.

그건 분명 아네모네꽃이었을 겁니다.
뤼미에르 님께서 정원에다 열심히 키우셨었죠.

그렇군…
그 꽃은 아네모네였나…

저도 뤼미에르 님께
아네모네꽃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반드레도 생일에 받았어?

아뇨.
특별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군…

신하로 일하는 반드레를
치하하고 싶으셨던 걸지도 모르겠어.

그럴지도 모릅니다.
뤼미에르 님께서는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그 아네모네꽃이 피어 있던 정원도
싸움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죠.

지금 생각해 보면 뤼미에르 님과 더 많이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회되는 일투성이지만, 나아갈 수밖에 없어.

뤼미에르 님처럼
우리가 백성을 안심시켜야만 해.

…………

반드레. 무슨 일이야?
갑자기 불러내고.

이걸 보십시오.

이건 아네모네?
이렇게나 많이… 어째서 이런 곳에?

성의 정원에서만 키우기는 아까웠거든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이 주변에도 몇 송이 심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났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어쨌든 아름다운 아네모네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뤼미에르 님과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네.
저도 그런 기분이 듭니다.

알프레드 왕자님께…
이 아네모네를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랬군. 고마워…

반드레, 세계가 평화로워지면
이곳에 아네모네를 더 심어 볼까?

좋은 생각이시군요.
함께 심으시죠.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이곳을 지키는 거야.

뤼미에르 님께서 이곳에서 백성을 지켜보실 수 있도록.

네,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