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우…
역시 뜨개질을 하면 진정이 되는군…

반드레 공… 그, 그건?!

자피아 공?

갑자기 큰 소리를 내지 말게.
놀라서 실수할 뻔하지 않았나.

죄… 죄송합니다…

반드레 공께서 뜨개질을 하고 계셨다니…
뜻밖이라…

정말이지, 그런 거로 놀라다니…
자피아 공에게도 취미 정도는 있지 않나?

제 취미는 단련입니다.
기사에게 그 이상의 것은 필요 없죠.

아직 부족하군. 이 경험이…
실제 전장에서 도움이 될 때도 있을 텐데.

무슨 뜻이죠?

뜨개질은 착실하게 작은 작업을 계속해야 하지.

초조하게 굴며 결과를 내려고 하면
예쁘게 만들 수 없다네.

전장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과, 과연.
일리가 있군요.

어떤가?
뜨개질에 흥미가 생겼나?

네.

그럼 뜨개질을 가르쳐 주지.
분명 무언가 느낄 수 있을 걸세.

자피아 공.
실 넣는 위치가 틀렸네.

으으으…! 정말이군요!
이쪽이었다니…!

실이 엉키려고 하네. 진정하게.

알겠습니다.
…아, 이미 엉켰네요.

으음… 이래선…
실수한 부분까지 풀고 다시 해야겠군.

또요?!
반드레 공, 이제 무리입니다…!

우는소리 하지 말게.
서툴더라도 연습하면 되는 거니.

서툴러서 죄송하게 됐네요.

뜨개질같이 앙증맞은 일은
제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브로디아의 기사는
문제가 생기면 금방 포기하는 사람들이었나?

강한 전사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단할 것 없는 사람들이었군.

…………

훗. 반드레 공께선 부추기는 실력이 부족하시군요.
도발하는 게 뻔히 보입니다.

그렇지만 다시 할 마음은 생겼습니다.
브로디아 기사는 결코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나도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가르쳐 줘야겠군.

아뇨. 폐를 끼치게 될 테니…
남은 건 제힘으로 해 보겠습니다.

반드레 공께서 놀라실 정도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흐음…
그러면 어디 해 보게.

반드레 공.
뜨개질한 걸 가지고 왔습니다.

드디어 완성됐나.

작은 주머니인데
잘 만든 것 같습니까?

음…
코도 예쁘고 멋지군.

이거야말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지.
훌륭해.

집중해서 뜨개질할 때는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해서…

이것도 단련법 중 하나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반드레 공께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별건 아니지만…

손으로 뜬 목도리 아닌가.

주머니뿐만 아니라
이런 물건까지 만들다니 놀랍군.

브로디아 왕국의 기사는 탐구심이 강하고
누구에게도 질 수 없다는 기개가 있으니까요.

그렇군.
하지만, 뜨개질 실력은 아직 질 수 없지.

그리 간단히 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피아 공.
다음엔 함께 단련하지 않겠나?

단련이요?

서로의 취미를 가르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말일세.
이번엔 자피아 공의 기술을 가르쳐 주게나.

아, 네!
기꺼이!

둘이서 실력을 키워 나가시죠!
분명 좋은 성과가 나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