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
저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요?

이제 정말 몸은 괜찮은 거지?

네.
이형병에서 부활한 건 희한한 느낌이지만요…

지금은 정말 건강해요.
베일이 힘을 빌려준 덕분이에요.

다행이다…

있잖아, 그리고…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줄곧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었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건 나 때문이야.
내가 약해서, 나 자신에게 졌기 때문에…

용서받을 순 없겠지만, 이렇게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베일이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요.
전부 사룡의 세뇌 때문이니까요…

무엇보다 베일은 스스로의 힘으로 사룡의
세뇌를 풀었는걸요.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고마워…

나, 좀 더 강해질 거야.
그날 말했던 것처럼 세계를 구하는 용이 되고 싶어.

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앞으로도 날 지켜봐 줄 수 있어?

그럼요.
저는 오빠니까요.

그럼요.
저는 언니니까요.

지금까지 곁에 있어 주지 못한 만큼
제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줄게요.

가족끼리 같이 힘내 봐요.

응!

용석을 건네줬던 거, 기억해?

미안해요.
깨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은 잘…

나 있잖아, 천 년 전에…
딱 한 번 오빠를 만난 적이 있어.

나 있잖아, 천 년 전에…
딱 한 번 언니를 만난 적이 있어.

딱 한 번이요?

응.
만난 건 딱 한 번뿐이야.

우리의 다른 형제들은
모두 전쟁 중에 죽었어…

하지만 오빠는 살아남아서
나를 만나러 와 줬지.

하지만 언니는 살아남아서
나를 만나러 와 줬지.

울기만 하던 어리고 약한 나에게
용석을 주면서 격려해 줬어.

함께 있을 순 없지만
나는 네 편이라면서…

그랬군요.
과거의 제가…

이제는 부서져 버렸지만…
그 용석은 내 부적이었어.

괴로운 일이 있던 날도, 엄마가 죽은 날도,
다시 만난 아빠에게 심한 말을 들은 날도.

용석을 보고…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힘내자고 다짐했지.

베일…

에헤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어.

그때 용석을 못 받았더라면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

감사를 전해야 할 건 오히려 저예요.
천 년 동안이나 계속 기억해 줘서 고마워요.

저도 베일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여기 있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앞으로는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럼요.
더는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베일.

헤헷, 오늘도 재밌었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구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아버지인 솜브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

이전부터 묻고 싶었어요.
적으로 대립하게 될 상대니까요.

…………

아빠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상처 입혀 온… 정말 나쁜 존재야.

다정했던 기억도 전혀 없고,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겠지.

하지만…

아빠도 오빠처럼 같은 가족이니까,
진심으로 미워할 수가 없어.

아빠도 언니처럼 같은 가족이니까,
진심으로 미워할 수가 없어.

…역시, 그렇군요.

사실은 셋이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게 불가능한 것도 알아.

그렇다면 적어도…
더 이상 피해받는 이가 늘지 않도록 아빠를 막아야 해.

…아니, 반드시 막을 거야.

이게 지금 내가 가진
아빠에 대한 생각이야.

…고마워요, 베일.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이제 와서 서로를 이해할 순 없겠죠.
저도 전력으로 솜브르를 막을 생각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베일의 도움이 필요해요.

나랑 오빠.
그리고 다른 모두가 있으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거야.

나랑 언니.
그리고 다른 모두가 있으면 반드시 할 수 있을 거야.

꼭 이겨요, 베일.
이 너머에 우리의 미래가 있으니까요.

응.

저기 있잖아.
오빠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

저기 있잖아.
언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

주고 싶은 거요?

이거야!
소중히 간직해 줬으면 좋겠어.

예쁜 돌이네요…! 투명한 파란색이군요.
저를 위해서 찾아 온 건가요?

응!
천 년 전에 받은 용석의 보답을 하고 싶어서.

우리가 또 떨어지게 된다면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어.

…우리 둘은 정말 생각하는 게 비슷하군요.

무슨 뜻이야?

베일.
저도 베일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요.

이건… 『약속의 반지』?!

형제이자 소중한 파트너로서
베일이 갖고 있어 줬으면 해요.

하지만…

이 반지를 주고 싶은 상대가
베일 말고는 전혀 떠오르질 않아요.

아, 안 돼.
이건 신룡에게 특별한 거잖아…!

뤼미에르의 생명을 빼앗은 내가…
반지를 받을 자격은 없어…!

그렇지 않아요.
제가 바라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어머니께서는 분명…
베일의, 우리의 행복을 바라실 거예요.

…분명히.

…………

…알았어.
고마워. 반지… 받을게.

용석에 이어서 이 반지가…
내 가장 소중한 부적이 됐네.

다행이에요…

계속 소중히 간직해 줬다고 들어서
용석을 대신할 만한 게 없을까 생각했어요.

아니, 대신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인연을 상징할 만한 게 없을까 하고…

하지만 설마 제가 주기도 전에
베일에게 돌을 먼저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요.

기쁘다…
우리 둘은 정말 닮았구나.

방금 베일은
우리가 또 떨어지게 될 것을 걱정했지만…

전 이제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는 계속 베일과 함께할 테니까요.

이 반지와 돌이 있다면,
두 번 다시 떨어지지 않을 거야.

평화를 바란 뤼미에르를 위해서도
꼭 이 싸움을 끝내자.

네, 서로 힘내도록 해요.

고마워. 앞으로 몇천 년이 지나도 곁에 있을게. 그리고,
이 반지에 맹세해. 함께 세계를 구하는 용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