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님.
잠깐 괜찮으실까요.

응.
무슨 일이야?

전 신룡을 믿는 교회의 성직자입니다.

그러니 베일 님께 신앙 대상으로서
기도를 올려도 괜찮을까요?

응?

내게 기도라니…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어째서요?
베일 님께서는 용족이시잖아요.

용은 신성한 존재…
신앙 대상으로서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을 텐데요.

용족은 용족이지만…
나는 신룡이 아니라 사룡이야.

판도로는 신룡을 믿는 성직자잖아.
그러니까 내게 기도하는 건 잘못된 거야.

신룡이든 사룡이든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판도로도 내가
모두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잖아?

내게 기도를 했다간
분명 신도들이 안 좋게 볼 거야.

그러지 않을 겁니다.
솔룸은 자유로운 나라니까요.

다들 분명 저처럼
베일 님께 기도를 올릴 겁니다.

그런 건 좋지 않다니까…

베일 님께서는 생각이 너무 많으세요.
분명 괜찮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

저기, 판도로.

네, 무슨 일이시죠.

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야?

야채, 밀, 고기에 생선…
상당한 양이군요.

물건이 너무 많아서 꼼짝도 못 하겠어.

어째서 다들…
내게 선물을 가져오는 거야?

베일 님을 신앙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죠.

솔룸이 자유로운 나라라는 건 알겠어…

하지만 어째서 판도로랑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잘해 주는 거야?

전혀… 이해가 안 돼…

인간에겐 분노와 복수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을 용서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죠.

솔룸 사람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베일 님께서 변하셨다는 걸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어요.

실제로 베일 님을 만나면
누구든 분명 친절하게 대해 드릴 겁니다.

그, 그럴까…?

그러면 나…
모두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

덕분에 힘이 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건 좋은 생각이군요.
분명 모두 기뻐할 겁니다.

예이~~~~~!
다들 즐기고 있나요~~!

예, 예이…

베일 님.
목소리가 작으십니다.

하, 하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베일 님께서 모두에게 보답하고 싶다며
제안하신 연회입니다.

베일 님께서 즐기지 않으시면 어떡하나요?

으, 응…
그렇지……

판도로와 상담해서 겨우 개최한 연회니까…
항상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전해야 해…

예, 예이~~~~!
다들, 오… 오늘은 와 줘서 고마워!

받은 선물에 보답하고 싶으니까
오늘은 많이 즐기고 가!

…………

참가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돌아갔네요.
베일 님, 슬슬 정리할 시간입니다.

…거…웠어…

?

연회… 정말 즐거웠어…

다들 웃는 얼굴로 나를 좋아해 줘서…
즐거운 이야기를 잔뜩 할 수 있어서…

꿈같은 시간이었어…

제가 말씀드린 대로였죠?
다들 베일 님께서 변하셨다는 걸 알고 있다니까요.

어쩌면 마음 한구석으론…
날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을지 몰라…

하지만 새롭게 변한 날…
조금은 알아준 것 같아.

오늘이 끝나는 게 아쉬워…

아쉬워하실 것 없습니다.
연회는 몇 번이든 열면 되니까요.

그래, 그렇지.

그렇다고 너무 자주 열면
놀고 계시다는 인상을 주긴 하겠군요.

다음에 이 정도 규모의 연회를 여는 건
세계가 평화로워진 이후가 되겠죠.

응…

물론 그때까지 저도 돕겠습니다.
베일 님께서는 신앙 대상이자 소중한 동료니까요.

판도로, 고마워.

다 같이 즐거운 연회를 또 열 수 있도록
나…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