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 회화
베일
저, 저기, 시간 있으면…
나, 엘이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엘
네.
저도 베일과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
그렇게 위축되어 있지 말고
다음부터는 부담 없이 말을 걸어 주세요.
베일
고마워. 엘은 아빠…
그러니까, 솜브르의 자식이지?
-
너도 사룡의 자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신경 쓰였거든.
엘
당신에 관한 것은 모브에게 들었습니다.
저희가 있던 세계의… 모브지만요.
-
…엄격하지만 무척 상냥한 분이었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베일
너희 세계에도 내가 있었구나.
이상한 기분이야.
엘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일종의 인연이겠죠.
베일
형제는 이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세계의 형제를 만나다니 꿈만 같아.
베일
세계는 다르지만 같은 아빠의 딸인걸.
그러니까 자매로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엘
그 마음은 기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실감이 안 나서요.
베일
그, 그렇겠다.
하긴, 갑자기 이러면 난처하겠네.
-
내가 너무 들떠 버렸나 봐.
또 올게, 그럼 안녕!
2. B 회화
베일
엘, 지난번에는 미안했어.
갑자기 자매가 되고 싶다고 해서 난처했지?
-
우선 천천히 이야기할까 해서
과자를 가져왔으니까 같이 먹지 않을래?
엘
좋습니다.
같이 뭔가를 먹으면 관계가 돈독해지니까요.
엘
저도 그렇습니다, 매운 것과 짠 것.
둘 다 좋아해요.
베일
정말? 기뻐!
누군가랑 같이 먹는 거 좋아하거든.
-
여기 온 뒤로는 특히 더.
모두와 함께 먹으면 맛있어.
엘
여기 있는 분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제게도 잘해 주고 있습니다.
베일
응.
다들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야.
-
엘하고도 더 친해지고 싶어.
같은 사룡의 아이니까.
베일
엘은 외롭지 않았어?
형제는 라팔뿐이었지?
엘
형제들은 차례차례 사라졌어요.
외롭지 않았냐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
사이좋게 지내는 시간을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저희는 살아남는 것이 고작이었고…
-
공적을 서로 빼앗고, 가끔은 질투 때문에
서로를 죽이기도 했습니다.
엘
이렇게 당신을 만나게 된 것은 기쁩니다.
이 마음은 거짓 없는 진심이죠.
-
하지만… 형제라는 사실을
곧장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도 있어요.
-
제 입장에서 쌍둥이 이외의 형제는
전부 공포의 대상이었거든요.
엘
위협을 느끼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본래 만날 일이 없었던 이들.
-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느낌도 듭니다.
자매의 인연을 맺는 것보다는, 동료로 있는 편이…
베일
…그렇구나.
엘의 마음을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3. A 회화
엘
베일의 마음은 존중해요.
하지만 저는 당신의 진의를 모르겠습니다.
베일
나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엘과 이야기하고…
-
형제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번 부탁하자는 생각이 들었어.
-
지금부터여도 늦지 않아.
이번에는 형제와 서로 죽일 필요 따위 없어…
-
나랑 자매로서의 시간을 보내자.
좋아하는 맛이 나는 과자를 먹으면서 잔뜩 이야기하자.
엘
아니요, 베일.
저 자신도 놀랄 만큼… 굉장히 기쁜 마음입니다.
-
그런 소소한 시간을
지금부터라도 형제와 공유할 수 있다면…
엘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무서워요.
더 이상… 형제를 잃기는 싫습니다.
-
여기서 당신과 자매가 되었는데,
만약 또 어떤 이유로 관계가 망가진다고 생각하면…
베일
나는 절대 엘의 적이 되지 않아.
계속, 계속 같은 편일 거야.
-
전쟁 중인 이상, 사별은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자매로 지낸 시간은 영원히 남아.
베일
그래, 분명 잊지 않아.
그 시간이 있었다는 건 후회하지 않을 거야.
-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기쁘다고 느껴 줬다면…
함께 자매로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엘
형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고 하는 마음은
저도 당신도 똑같군요.
-
당신이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저밖에 이루어 줄 수 없다는 것도요.
-
만나 줘서 고마워요, 베일.
아득히 먼 세계에서 열심히 살아 온 저의… 형제.
베일
태어난 순서를 모르잖아.
알더라도 세계가 다르니까 의미 없나?
베일
앗~! 너무해! 뭘 보고 정한 거야?!
머리 길이를 보면 내가 언니거든!
엘
그게 무슨 논리죠…?
뭐, 천천히 정해 나가도록 하죠.
-
우리에게는 앞으로
수백 년도 더 시간이 있으니까요.
베일
맞아, 그럼 다시 한번…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나의 자매, 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