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회화 - 아이비 & 라팔


1. C 회화

라팔
아이비.
잠깐 이야기를 들어 줘.
나는 사과하러 왔다.
너를… 이형병으로 만들었던 짓에 대해.
아이비
나를 이형병으로…?
무슨 말이야?
라팔
모르는 게 당연하지.
물론, 다 설명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쪽 아이비는 얌전하다고 할까.
너무 소극적이어서 기분이 좀 이상하군.
아이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라팔 왕자.
라팔
내가 있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아이비 왕을 이형병으로 만들어 싸우게 했어.
사룡에 심취해 있던 내 세계의 너는…
목숨도 구걸하지 않고 내 부하가 되기를 원했지.
그 어떤 동료들보다도 먼저…
너를 이형병으로 만든 것을 후회해…
아이비
…상황은 이해했어.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야.
사과하려면 당신이 아는 아이비에게 해야지.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도 곤란해.
라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이제 불가능해.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치 않아.
적어도 같은 존재인 너에게 사과하면
내 세계의 아이비에게도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비
무슨 심정인지는 알겠지만…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는데?
라팔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다.
내 자기만족에 어울려 주기만 하면 돼.
아이비
구체적으로는…?
라팔
나에게 소원을 알려 줘.
뭐든 이루어 주지. 그게 나의 속죄다.
아이비
하아…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뭐라도 생각해 둘게.
라팔
기다리지.
사양 말고 뭐든 말해.

2. B 회화

라팔
아이비, 여기 온 걸 보니
내게 부탁할 소원을 정했나?
아이비
그래, 정했어.
학원에 보내 줘.
라팔
학원!
그렇군, 과연, 그게 소원인가!
…학원이 뭐지?
아이비
뭐…?
모른다면 다른 게 좋을까?
라팔
걱정할 것 없다.
이해하는 대로 바로 준비하도록 하지.
아이비
그러면 설명하겠는데…
학원은 다 같이 모여서 배우는 장소야.
이르시온에서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학원에 다녀…
또래끼리 공부하거나 깊이 교류하기도 하지.
라팔
그것은… 왕녀인 네가 원할 정도의 가치가 있나?
배우고 교류할 뿐인 장소가?
아이비
그래, 맞아…
내게는 학원에서 보낸 시간이 소중했거든.
그곳에서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얻었어.
지금도 나를 지탱해 주는 보물이야.
라팔
그렇다면 그 보물이 뭔지 말해.
학원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보물을 준비하면 되잖아.
아이비
그래서는 안 돼, 라팔 왕자.
보물은 학원에서 보내는 생활 안에 있는 거니까…
라팔
흠… 어렵군.
그렇다면 역시 학원이라는 것을 준비할 수밖에 없나.
아이비
그래서 말인데…
당신, 어떻게 학원을 준비할 생각이야?
어디선가 빼앗아 오거나 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라팔
그, 그런 짓은 하지 않아, 안심하라고.
아이비는 그저 기대하고 있으면 돼.
아이비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라팔
그나저나, 학원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거지?
뭐, 좋아.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야겠군.

3. A 회화

라팔
다음은 역사학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
그때까지는 쉬고 있도록.
아이비
당신과 학원 흉내를 내기 시작한 뒤로
꽤 시간이 지났네.
책을 읽고, 공부하고…
정말 학원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야.
라팔
당연하지, 내가 준비했으니까.
학교 건물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군.
아이비
그래도 충분해…
라팔
학원에서 사귄 동료는 왕족이나 귀족들이었나?
아이비
그런 아이들도 있었지만…
출신도 집안도 달랐어.
왕성에 있었으면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들이야.
그런데 학원에서 함께하게 되었지…
그 만남이야말로 학원에서 발견한 보물 중 하나야.
라팔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들이라.
지금의 우리와 같군.
아이비
라팔 왕자가 준비해 준 학원은
그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해.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할게…
고마워.
라팔
만족했나?
그렇다면 나도 기쁘군.
분명 내 세계의 아이비도
학원에 다니며 착실하게 살았겠지.
아이비뿐 아니라, 그녀의 친구들도.
그런데 나는…
아이비
…당사자가 아닌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도 뭔가를 해 줄 수도 없지만…
그쪽 세계에서 사라진 이들의 인생을 생각하는 것…
여기서 그걸 배웠다면 좋은 일 아닐까?
라팔
다시 봐도… 나는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이 일은 평생 가슴에 새겨 두도록 하지.
학원이란 이렇게 배우는 장소이기도 한 거로군.
아이비
그래…
있잖아, 라팔 왕자.
학원에서 함께 배우는 동료는 학우라고 불러.
분명 나와 라팔 왕자도
학우라고 볼 수 있겠지.
라팔
나와 아이비가… 학우라고?
그래도 괜찮나?
아이비
괜찮고 말고를 떠나… 그냥 되는 거야.
같은 학원에서 배우면 말이야.
무엇보다 내가 그 관계를 바라고 있는걸.
안 될까?
라팔
안 될 리가 없지.
나는 네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있으니까.
우리는 계속 친구다.
졸업하더라도, 영원히.
아이비
그 말… 잊지 않을게.
나는 보물을 또 하나 발견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