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셀린 왕녀.
오늘도 귀여운걸.

안녕하세요.
포가토 왕자님.

안녕.

…귀엽다고 말한 건
반응 안 해 주는 거야?

포가토 왕자님의 사탕발림에
일일이 반응하다간 날이 저물걸요.

사탕발림이 아닌데,
안 믿어 줄 분위기네.

맞아, 지금부터 차라도 마실래?
셀린 왕녀는 홍차를 좋아하지?

네.

솔룸과 피레네의 왕족끼리
교류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가치관의 차이가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하니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우후후.
교역으로 번성한 솔룸 사람다운 사고방식이네요.

그렇지.

하지만 죄송해요.
오늘은 거절할게요.

피레네 백성들은 원래 목가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그다지 모험을 하는 성향이 아니라서요.

나와 차를 마시는 게 모험이라는 거야?

네. 그것도 꽤 위험한 모험이죠.
그럼 이만.

이런, 정말로 가 버렸네.
조금 더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어려우려나.

역시 피레네 제1왕녀야.
쉽게 넘어와 주지 않는군.

셀린 왕녀.
오늘도 귀엽네.

고마워요, 포가토 왕자님.

오늘이야말로 같이 차 한잔 어때?
슬슬 교류를 다져 보자.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어라.
아직도 고민하는 중이야?

뭐, 어쩔 수 없지.
셀린 왕녀는 피레네 사람이니까.

전에도 말했듯 모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그래.
뭐,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뇨?

봐, 피레네는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해서
물자 걱정은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나라지?

그건 그것대로 멋지다고 생각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급자족으로 모든 게 해결돼 버리는 거잖아.

외부 사람에겐 문이 필요 이상으로 단단한 것 같아.
닫힌 세계라는 말이지.

그렇군요.
그 말을 들으니 조금 고립된 느낌도 있네요.

…좋아요.
포가토 왕자님의 제안을 받아들이죠.

피레네 백성들이 닫힌 사람이 아니라…

목가적인 생활이 낳은 대범함이 있어
타인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있다는 걸 증명하죠.

하하하!
역시 셀린 왕녀야.

자국의 나쁜 이미지를 왕녀가 스스로 바로잡으려고 하다니.
나도 배워야겠어.

저도 이 기회에
포가토 왕자님의 처세술을 배워야겠네요.

어떻게 타국의 왕족의 비위를 맞춰
정보를 빼내는지를요.

…솔직히 그런 면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을게.
이래 봬도 난 제1왕자니까.

하지만 오늘은 평범하게 차를 즐기자.
같은 편에 서 있는 동료로서.

그건 반가운 말씀이네요.
고마워요, 포가토 왕자님.

포가토 왕자님.
저희 닮은 것 같지 않나요?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외모도 성격도 다른데
왠지 묘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아?

네.
동감이에요.

뭐, 생각해 보면
처해 있는 입장부터 같긴 하지.

우리는 둘 다
왕위 계승 서열이 높은 사람이 따로 있잖아?

그렇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왕을 뒷받침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했어요.

나도 똑같아.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엄청나게 고민했지.

누나를 도우려면
누나보다 강해져야 해.

그래서 누나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성 밖에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다녔어.

역시 그랬군요.

저 같은 경우엔 병약한 오라버니를 돕기 위해
검술과 마법 실력을 갈고닦았죠.

하지만 너무한 거 있죠?
단련을 계속해서 뒷받침할 힘이 생겼다고 느꼈을 땐…

오라버니가 이미 건강해져 있지 뭐예요.

아하하.
그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난감했겠네.

응.
역시 닮았어, 우리.

저도 포가토 왕자님께서도
가족을 사랑하고 자국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사랑하는 상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잔혹해질 수 있지.

네.
평화적인 수단이 아니라도 주저 없이 행할 수 있죠.

…………

…………

다행이야.
우리는 서로의 위험성도 알고 있다는 거잖아.

그러니 솔룸과 전쟁하는 건
절대로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료로서.

네. 포가토 왕자님.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동료로서 함께 나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