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
으으으음…

역사책을 보면서 무슨 고민을 하는 거지?

디아만드 왕자님.
이상한 모습을 보여 드려서 죄송해요.

별로 신경 쓸 거 없어.
곤란한 일이 있다면 도와주지.

수호자 일을 하면서 실수를 해서
반드레 씨에게 혼났어요.

프랑은 타국에 대해 좀 더 공부해서
교양을 갖추라고…

그래서 반드레에게 책을 빌려서
꾸역꾸역 읽고 있는 거군?

역사책엔 전쟁이나 영토 분쟁 이야기만 나와서
하나도 재미없어요.

왜 다들 싸움만 하는 거죠.
더 친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사룡과 신룡의 전쟁을 비롯해…
역사가 전쟁과 함께하는 건 사실이지.

하지만, 역사는 그게 다가 아니야.

뤼미에르 님께서는 줄곧 세계를 수호하셨고
내 선조께서는 브로디아 왕국을 발전시키셨지.

역사에는 그런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어.
반드레가 역사책을 준 건 옳았다고 생각해.

그런가요…

인간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
책을 읽다 보면 분명 그걸 알게 되겠지.

그렇군요.
다 읽지도 않고 불평하는 건 좋지 않겠네요.

지금 상황은 불안하겠지만
언젠가 내가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거다.

브로디아 왕국 제1왕자인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돼.

디아만드 왕자님…

브로디아의 왕자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니
그보다 든든한 건 없겠네요.

훗, 그렇지.
마음 놓고 편히 지내면 돼.

왠지 역사를 공부하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

프랑.
오늘은 역사책을 안 읽는 건가?

저…
역사 공부는 그만뒀어요.

대체 이유가 뭐지?
재미있어졌다고 했잖아.

…디아만드 왕자님께서는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겠다고 하셨죠.

그게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내 말에 거짓은 없어.

그럼 어째서 브로디아 왕국은
이르시온 왕국을 공격했나요?

그건…

이르시온 왕국의 사람 중엔 브로디아 왕국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디아만드 왕자님께서 말씀하시는 평화란
무력으로 전쟁을 없애는 건가요?

…………

역사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알 수 없어서
무서워졌어요.

그러니까…
역사 공부는 이제 안 할래요…

브로디아는 무력의 나라다.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한 역사도 있고.

이르시온 왕국 사람들 중
브로디아 왕국을 싫어하는 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나는 힘으로 누르는 걸 원하지 않아.
내 대부터 조금씩이라도 바꿔 나갈 생각이야.

쉽게 화해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반드시 바꾸겠어.

나라를요…?

그래. 그러니 프랑.
내게 기회를 줘.

하지만… 디아만드 왕자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해 주지 않으셨잖아요.

감추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하지만 내 안에선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그래…
프랑이 화내는 것도 당연해.

아, 화내는 건 아닌데…
하지만…

뭘까요. 이 찝찝한 기분은…

으음…
으으으으음…

프랑.
역사책을 읽고 있군.

역사 공부는 그만두는 거 아니었나?

…………

디아만드 왕자님, 죄송해요.

디아만드 왕자님께서는 쉽게 화해할 순 없겠지만,
본인이 바꿔 나가겠다고 말씀하셨죠.

그 이후로 생각하다 깨달았어요.

무서우면 그만두는 게 아니라…
무서울수록 행동해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전쟁을 없앨 방법의 실마리를
역사책을 읽으며 찾고 있었어요.

프랑…
고맙다.

에헤헤…
하지만 실마리는 전혀 못 찾겠어요.

못 찾아도 돼.
행동하는 데 의미가 있는 거니까.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분명 미래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겠죠.

그래.
나는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고 싶지 않아.

약속이에요.

약속하지.

저도 더 교양을 쌓아서
최대한 도울 수 있게 노력할게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내가 프랑의 공부를 봐줘야겠군.

제, 제 공부요?
안 돼요! 그건!

디아만드 왕자님께서는 바쁘신데
저 같은 거한테 시간을 쓰시다니.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래 보여도 난 공부도 제법 하니까.

아마…
제법이라고 할 수준보다 뛰어나시겠죠.

신경 쓰지 마.
분명 반드레도 기뻐하겠지.

나와 함께 평화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자.

으으… 알았어요. 죄송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디아만드 왕자님!

훌륭한 용의 수호자가 되었을 때,
분명… 왕자님과 보낸 시간이 제 보물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