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피아 씨…

당신은 생선 요리를 잘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맞아, 사실이야.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물고기를 잡으러 다녀서
낚시도 생선 요리도 내 특기가 되었지.

세간에 알려져 있는 요리는 얼추 할 수 있어.
물고기뿐만이 아니라 문어나 오징어, 조개류도 가능해.

와아… 굉장하세요…
그럼 까다로운 식재료도 잘 다루시겠네요?

그래, 맞아.
한번은 거대한 물고기를 잡은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부위별로 다른 요리를 만들어서
마을 사람 모두에게 대접했었지.

그 이야기만 들어도 상당한 실력을 지니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역시…
철저히 때려 부숴야겠어요…

뭐?!
뭐야, 살벌하게.

자피아 씨. 죄송하지만,
이 일대의 요리 달인 하면 저랍니다…

요리 달인은 두 명이나 필요 없어요…
그러니 승부를 내죠…!

승부?

네. 누가 정말로 요리를 잘하는지,
다른 분들께 정해 달라고 하는 거예요…

아, 뭐… 상관은 없는데.

그럼 승부는 후일, 과제는 생선 요리로…

철저히 때려눕혀 드릴 테니
각오하고 계세요…

드디어 승부하는 날이군.
컨디션은 어때?

…………

그게…

왜 그래? 안색이 어두운데.

정말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좋은 물고기를 구하지 못했어요…

그렇군. 아쉽게 됐어.
나는 이렇게 환상의 물고기를 손에 넣었는데.

그럴 수가…
싸우기 전에 승부가 난 거나 다름없잖아요…

그렇진 않아.
공평하게 네 몫도 가져왔으니까.

네?

나는 불공평한 걸 싫어하거든.
나만 좋은 물고기를 쓰고 싶지는 않아.

자피아 씨…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당신의 청렴한 행동에 마음이 깨끗해졌어요…

하지만, 저는 요리뿐만이 아니라
청렴함에서도 지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자피아 씨,
이걸 드릴게요…

이건?

쉽게 구하기 힘든 허브들이에요…
저만 쓰는 건 불공평하니까요…

후후. 이거 희귀한 허브인데.
너, 좋은 사람이구나. 마음에 들었어.

오늘은 끝까지 좋은 승부를 하자.
너와 함께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지 않을 거니까요…

저번에는 좋은 승부를 했어요…
정말 우열을 가릴 수 없었던 대결이었죠.

그래, 무승부라는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너와 전력으로 대결한 것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게 있어.

바로 음식을 먹고 모두가 보여 준 미소야.

네. 저도 그랬어요…

다들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는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요리를 다 먹었을 땐
활기찬 미소를 보여 줬죠.

응, 정말 다행이었지.

자피아 씨.
솔직히 당신에게 감동했어요…

감동? 뭐 때문에?

제가 멋진 요리를 만들 수 있던 건
당신이 물고기를 나눠 주신 덕분이니까요…

당신의 넓은 마음이 없었다면
저는 그냥 창피만 당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당신은 모두의 앞에서
그 일을 조금도 언급하지 않으셨죠.

아하하, 무슨 소리야.
나야말로 똑같은 말을 하고 싶은데.

네?

네 허브가 없었다면
내 요리는 완성되지 못 했을 거야.

그런데도 넌
그걸 전혀 말하지 않았잖아.

후후…

뭐야? 갑자기 웃고…

저답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원래의 저라면…

그건 제 허브예요!
그런 말을 했을 텐데…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서인 것 같아요.

골드마리…

자피아 씨, 꼭 한 번 더 해요.

다음엔 승부가 아니라
둘이서 요리를 대접하는 것도 좋고요…

동감이야.
다음엔 다른 요리로 하자.

나는 어패류 외의 요리는 영 엉망이라
이것저것 알려 줬으면 좋겠는데.

네, 당연하죠…
차근차근 알려 드릴게요.

이번엔 제가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힘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