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

아, 아이비 공.
무슨 일 있으십니까?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당신과 나는 비슷한 처지니까…

비슷한 처지…
아, 그렇군요.

저도 아이비 공께서도 원래는 적으로서
동료 앞에 서 있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응…

모브.
이곳은 당신의 새로운 안식처가 됐어?

…글쎄요.

저를 받아들여 주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을 사람도 있을 테고…

제가 아무리 이곳이
마음 편하다고 해도…

그건 저만의 생각일 뿐이니까요.

그렇구나…

하지만
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습니다.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라면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나서야
이곳이 진짜 안식처로 느껴질 테니까요…

당신의 생각, 잘 알았어…

적어도 나는…
당신을 받아들였어.

같은 처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으로서…

감사합니다, 아이비 공.

이럴 수가…

아이비 공께서는 이르시온 왕국에 있으면서
사룡이 아닌 신룡을 믿으셨던 겁니까.

응…

아부와 거짓말만 일삼는 추악한 어른들이
사룡을 믿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 반대로…
마음속으로 신룡을 믿고 있었어…

아이비 공께서는 어릴 때부터
엄청난 대담함을 지니고 있으셨군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지도…

모브도 이르시온 출신이지?
그럼 사룡 신도야?

아니요, 사실 출생지는 피레네입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병사하시고
그 후에 이르시온으로 왔죠.

신에게 기도해도 내 남편을 구해 주진 않더라, 그러니
신을 저버리고 사룡을 믿자시는 어머니께 이끌려…

그랬구나…

지금 어머니께서는?

이르시온에 오고 나서 곧
아버지의 뒤를 따르듯 병사하셨습니다.

그래서 전 이르시온의 교회에서
다른 고아들과 함께 자랐죠.

미안해…
사정도 모르고…

상관없습니다.
딱히 숨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룡 신도들에게 교육을 받았어도,
저는 사룡에게 깊이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에 성격이 맞지 않았던 거겠죠.

그래…

사룡 신도 사이에 있으면서…
사룡에게 빠지지 않았다니…

네. 그런 면에서도
저희는 닮은 것 같군요.

후후…
그러게…

신기하군요.

어째선지 아이비 공 앞에서는 남에게 별로 말하지 않았던
제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나도 똑같아.
왠지 당신에게는 말하게 돼.

서로에게 난감한 일이로군요.

응.
맞아.

관계가 깊어지면…
약점까지 보여 주게 되겠지.

오히려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후후…
우리는 닮은 사람들이니까…

아이비 공.
제가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죠.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라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요.

응…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그 생각은 조금…
틀렸던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야?

비록 모두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단 한 명이라도 받아들여 준다면…

그곳이 내 안식처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아이비 공께서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해 주고 계신 거라면…

지금의 전 그것만으로도
이곳이 제 안식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럼 앞으로도 함께 지키자…
우리의 안식처를…

네.

당신과는 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괜찮을까? 모브.

좋습니다, 아이비 공.